2000만원 사정권 들어온 전기차 '완판'…지각변동 시작됐다

입력 2020-08-24 10:27
수정 2020-08-24 15:38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격 차이를 확 줄인 전기차의 판매 가도에 불이 붙고 있다. 기존 전기차 대비 완충 운행가능 거리도 늘어나면서 매력도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몸값이 2000만원대로 낮아지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르노삼성이 최근 출시한 소형 해치백 전기차 르노 조에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3995만~4395만원으로 책정됐다. 환경부 국고 보조금 736만원과 지자체별 보조금을 더하면 차량 가격은 2000만원 초반대로 낮아진다.

최대 4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서울의 경우 보조금이 적용된 르노 조에 가격은 2809만원부터 시작된다. 인천에서는 2679만원부터 구입할 수 있으며 경기도의 경우 2659만원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전기차 보조금이 가장 많은 충남에서는 조에의 구매 가격이 2259만원부터로 크게 낮아지며, 가장 비싼 트림 가격도 2759만원에 그치게 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첫 차 평균 구입가격(2017년 기준 2801만원)을 크게 하회해 '전기차는 비싸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0만원대 가격을 앞세워 '완판'을 기록한 전기차도 등장했다. 한불모터스가 수입해 지난달 출시한 푸조의 전기차 뉴 푸조 e-208과 뉴 푸조 e-2008은 올해 안에 구입하기 어려운 차가 됐다.

푸조의 전기차 2종은 내달 말까지 150대가 수입될 예정인데, 출시 발표 2주 만에 계약 건수가 200건을 돌파하며 초도물량 판매가 끝났다. 한불모터스는 추가 물량 배정을 위해 프랑스 푸조와 협의 중이지만, 밀려있는 계약이 있기에 지금 주문하더라도 올해 안에 받을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 차량들의 완판 비결은 '가성비'였다. 소형 해치백 전기차인 뉴 푸조 e-208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4100만~4590만원이다. 653만원의 국고 보조금에 지자체 보조금을 더하면 2000만원대 구매가 가능하다. 뉴 푸조 e-2008 역시 수입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는 유일하게 보조금 적용을 받아 3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가격이 저렴하면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가능거리가 짧아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우에 그칠 전망이다. 르노 조에의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309km이며,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으로는 395km를 달릴 수 있다. 푸조 e-208은 이보다 짧은 244km(WLTP 340km)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업계는 국내 운전자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운전자들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9.2km로 집계됐다. 서울의 경우 36.3km로 더 짧았다. 서울에서 7일 연속 주행해도 254.1km인 셈이다. 전기차 업계는 국내 평가 기준이 까다로워 주행가능 인증 거리가 줄었을 뿐, 실주행에서는 1회 충전으로 300km 이상 이용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운전자들의 주행 습관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주에 1회만 충전해도 사용에 문제가 없는 셈이다.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르노 조에와 푸조 e-208이 등장하며 국내 전기차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 모델3, 현대차 코나 EV, 기아차 니로 EV, 한국GM 쉐보레 볼트 EV 등이 차지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종합한 올해 상반기 신차등록 대수 현황에 따르면 모델3는 6839대가 판매됐고 코나 EV는 4139대 팔렸다. 니로 EV는 2072대, 쉐보레 볼트 EV는 1285대를 기록했다.

이들 차량별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모델3 352km, 코나 EV 414km, 니로 EV 385km, 볼트 EV(2021년식 기준) 414km다. 새로 출시된 모델3와 연식변경으로 주행거리가 늘어난 볼트 EV를 제외하면 출시 당시와 비교해 특별한 성능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도 르노 조에나 푸조 e-208보다 높다. 이러한 여파로 올해 상반기 코나 EV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해 판매량이 46.2% 줄었고 같은 기간 니로 EV 판매도 47.6%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르노 조에는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했고 푸조 e-208은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원활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겠지만, 경쟁력을 인정받고 가격까지 낮춰 국내에 들어온 만큼 국내 전기차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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