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32)가 초반 부진을 딛고 성공적으로 시즌 첫 메이저대회를 마무리했다.
박인비는 24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로열트룬GC(파71)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IG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언더파 283타를 쳐 선두에 6타 뒤진 단독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낸 건 박인비를 포함해 4명 뿐이다.
박인비는 이 대회 1라운드에서 6오버파를 적어내며 중하위권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강풍을 뚫고 2타를 줄여 순위를 대폭 끌어 올렸고, 3라운드에서도 이븐파를 적어내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이날 버디 7개를 잡는 동안 보기는 2개로 막으면서 톱4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박인비의 최종라운드 페어웨이 안착률은 64%(9/14), 그린적중률은 72%(13/18)로 평범한 편이었다. 그러나 그린 주변 쇼트게임, 26개의 퍼트 수로 타수를 대거 줄였다. 특히 5번홀(파3)부터 기록한 4연속 버디가 순위를 끌어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후반 9개 홀에서도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2개를 잡아 1타를 더 줄였다.
한편 이번 대회에선 또 한 명의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2부 투어를 전전하던 무명의 조피아 포포프(28). 이 대회 독일 선수 최초 우승자이기도 하다.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한 그는 4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7언더파 277타를 쳐 2위 재스민 수완나뿌라(태국)를 2타 차로 넉넉히 따돌리고 우승상금 67만5000달러(약 8억원)를 가져갔다. 이는 그가 지금까지 LPGA투어에서 벌어들인 통산 상금(10만8051달러)에 6배가 넘는 금액이다.
앞서 포포프는 3라운드를 마친 후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비행기 탑승 모드로 바꾸고 SNS를 차단하는 등 최종라운드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캐디인 남자친구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전날 4타를 줄여 단독 선두로 도약했고, 이날도 3타를 줄이면서 완승을 거뒀다.
포포프는 이 대회 전까지 2부 투어를 전전했다. 2018년 LPGA투어에서 조건부로 뛰었고 주무대는 시메트라(2부)투어였다. 이 대회가 시즌 두 번째 LPGA투어 대회였을 정도로 올해도 정규대회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아 세계랭킹이 304위에 불과했던 선수다. 앞서 코로나19로 출전권을 가진 선수들이 대거 불참한 마라톤 클래식에서 공동 9위에 오르며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스스로 만든 행운을 깜짝 우승으로 연결하면서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 트로피로 장식했다.
호주동포 이민지(24)가 3언더파 281타 3위를 기록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