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5월 전 국민에게 지급한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일부 효과를 내긴 했지만 투입한 14조3000억원을 감안하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정치권에선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부추기고 있다. 1차 때 ‘4·15 총선’이 있었다면 이번엔 내년 지방선거 등을 염두에 두고 ‘대중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펴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득과 분배에 효과를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근거로 드는 것은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다. 이 자료에서 2인 이상 가구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모두 줄었다. 하지만 가구당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가구 소득은 평균 3.8% 늘었다.
이와 함께 분배지표인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 2분기 4.23배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4.58배에 비해 0.35배포인트 개선됐다. 2015년 2분기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균등화처분가능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분배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이 이 같은 효과를 냈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14조3000억원만큼의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 규모가 17조3418억원에 달했지만 부가가치 생산액은 8조5223억원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원금 지급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시행한 지출구조조정 4조1000억원을 감안하고, 국민의 평균 소비성향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지만 가계의 소비성향은 오히려 낮아졌다. 2분기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은 67.7%를 기록해 통계 작성 후 2분기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5%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성향은 벌어들인 소득 중 소비한 비율을 뜻한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올해 2분기 월평균 가계소득은 527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지만 소비성향은 하락해 재난지원금이 소비로 전환되는 효과가 작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효과는 3분의 1 정도였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