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환경단체가 석탄발전 수출금지를 요구하면서 내세우는 대표적인 벤치마킹 사례는 유럽연합(EU)이다. EU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개발도상국에 석탄화력발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EU 회원국의 공동투자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은 석탄 등 화석연료 사업 투자를 중단한다고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다만 2021년 말까지 2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당장 투자를 중단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하고, 기업 경쟁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EU는 지난해 말 그린뉴딜의 원조 격인 그린딜 정책도 내놨다. 탄소배출이 많은 업종에 대한 자금지원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달라졌다. EU 회원국은 항공과 자동차, 석유회사 등 탄소배출이 많은 업종에 수천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분야 기업 채권을 대거 매입하는 이른바 ‘녹색 양적완화’도 백지화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당수 개발도상국이 EU의 녹색정책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도덕적 의무를 앞세우면서도 실제로는 EU 시장 접근을 차단하려는 이른바 ‘신보호주의’라는 것이 개도국들의 주장이다. EU의 녹색정책은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다. 석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회원국은 서유럽 국가 주도의 그린딜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