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은행들의 채용문이 올해 대폭 좁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로 필기시험, 면접 등을 치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미 상반기 공개채용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올해 공채 시장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은 올 들어 580명을 채용했다. 지난해 선발 인원 2456명의 약 24%에 불과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이 공채를 진행하지 못했고 정보기술(IT) 인력 위주로 소규모 수시 채용만 진행했다”며 “공채를 할 수 있을지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연초 필요 인력을 정해두고 ‘상반기 40%, 하반기 60%’ 혹은 ‘상반기 30%, 하반기 70%’ 비율로 신입직원을 공채한다. 지난해엔 8월 중순쯤 공고를 낸 뒤 2주 정도 서류 접수를 하며 채용 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하반기 공채를 공고한 은행은 한 곳도 없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추석 전후 공채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추진했으나 수도권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불투명해졌다.
은행연합회는 채용 비리 논란이 은행들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2018년 ‘채용기준 모범규준’을 만들었다. 은행 관계자는 “규준에 ‘필기전형을 반드시 치러야 한다’는 조항은 없으나, 출신지 학력 등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한 만큼 필기 없이 신입을 뽑긴 힘들다”고 말했다.
시험을 치렀다고 해도 면접 전형이 문제로 꼽힌다. 1차 면접 정도는 비대면으로 해도 최종 면접은 ‘대면’이 중요하다는 게 은행들 생각이다. 올초 대형 은행 중 유일하게 상반기 공채를 했던 농협은행은 코로나19로 면접을 3개월간 미뤘다.
농협은행을 제외하고는 아직 공채를 진행한 곳은 없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50명을 새로 뽑았으나 올해는 40여 명을 수시 채용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각각 107명, 20명을 수시 채용으로 보강했다.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을 추진하면서 필요해진 IT 인력만 소규모 면접을 통해 채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