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바다만 쳐다보는 태양광·풍력…발전량 6분의 1 줄었다

입력 2020-08-23 17:17
수정 2020-08-24 01:26

지난달 장마와 태풍으로 전국 태양광시설 발전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력발전 역시 설비 증가에도 지난해보다 발전량이 크게 줄었다.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기후 변화에 민감한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원자력발전 같은 기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에너지설비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 전력 생산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3일 윤영석 미래통합당 의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력거래소가 관리하는 태양광 설비의 평균 이용률(설비 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은 11.75%에 그쳤다. 전력거래소는 전국 태양광 설비의 3분의 1가량을 관리하는데, 이곳의 효율이 지난해 같은 달(14.19%)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는 얘기다.

태양광 발전 효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지난달 장마 등으로 궂은 날씨가 이어진 데 비해 기온은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은 햇빛이 잘 들지 않거나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모듈이 과열돼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 지난달 평균 기온은 22.7도로 평년에 비해 낮았지만 최고 기온이 29도 이상인 날은 14일에 달했다. 장마나 산사태 등으로 태양광 설비가 고장난 영향도 있다. 지난 6월 30일 62대였던 ‘불가동’ 상태 태양광 발전설비는 7월 31일 기준으로 93대까지 늘었다.

풍력 발전량도 지난달 급감했다. 설비가 전년보다 늘었는데도 발전량은 전년 동월(186GWh)에 비해 16.6% 줄어든 156GWh에 그쳤다. 태풍 등으로 바람이 지나치게 거세게 불면서 전력거래소가 발전을 중단하라는 출력 제한 명령을 내린 탓이다. 강풍이 불면 과부하로 정전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풍력 발전기를 멈춰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큰 딜레마는 전기가 가장 필요할 때 설비 가동률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계절별 태양광 발전량은 봄, 가을, 여름, 겨울 순으로 많다. 겨울엔 적은 일사량과 눈 때문에, 여름엔 고온과 장마·태풍으로 발전량이 줄어서다. 반면 전력 소비량은 겨울과 여름이 가장 많고, 봄과 가을이 뒤를 잇는다. 여름과 겨울에 냉난방 수요가 급증해서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는데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무턱대고 늘리다가는 에너지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올해 장마가 평소보다 길게 이어진 것만으로도 태양광·풍력 발전이 6분의 1가량 감소했는데, 여름철 태풍과 폭염 등이 앞으로 더 심해지면 블랙아웃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2040년까지 재생 에너지 비중을 35%로 늘리기로 했다.

‘블랙아웃’ 우려는 올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이미 현실화됐다. 미국 서부지역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일어났고, 이에 따라 급증한 냉방 수요를 태양광 발전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순환 정전에 들어간 것이다. 2006년엔 올해 못지않은 폭염이 이어졌지만 샌오노프레 원전(220만㎾급) 등의 가동으로 전력 수급이 원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샌오노프레 원전은 2012년 문을 닫았고, 화력발전소도 상당수가 태양광 등 신재생발전으로 대체됐다.

윤영석 의원은 “천혜의 태양광 발전 환경을 갖춘 캘리포니아조차 기후 변화로 인해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을 원전으로 적극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