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물 확보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국내 한 중소기업이 물을 사용하지 않고 삼불화질소(NF3), 육불화황(SF6) 등 유해가스를 분해하는 무폐수 스크러버(WFS)를 개발해 공급에 나섰다 .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기술 개발업체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물을 사용하지 않는 스크러버를 최근 SK하이닉스에 대량 공급하기로 했다. 2021년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SK하이닉스 신규 공장의 파일럿 가동을 위해 연내에 WFS 350대를 납품키로 한 것이다. 앞서 이 회사는 2018년부터 이달까지 SK하이닉스 M14공장 등에 324대의 무폐수 WFS 납품을 마쳤다.
스크러버는 반도체 공정에서 배출된 가스를 물로 녹여 폐수화하고, 이를 정화해 내보내는 핵심 설비다. 반도체 공정을 가동하기 위해선 하루 수십만t 규모의 공업용수를 사용해야 한다. 환경 문제를 우려한 공장 인근 주민 반대로 수원지와 방류지를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 무폐수 WFS 수요가 늘고 있다.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은 유해가스를 2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태워 성분을 나눈 뒤 전기를 이용해 전자와 이온을 분리시키는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해 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반도체 공정 배출가스 문제를 해결했다.
박상순 지앤비에스엔지니어링 대표(사진)는 “반도체 공정 중 스크러버에 쓰이는 물이 전체 물 사용량의 45%에 달한다”며 “WFS를 이용해 반도체업체들이 직면한 물 부족 문제와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5년 설립된 이 회사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WFS를 개발해 삼성LED와 LG이노텍 등에 납품했다. 2014년 SK하이닉스와 공동평가프로젝트(JEP) 계약을 맺고 WFS 개발에 착수했다. 2018년 양산을 위한 검증에 통과하며 정식 생산에 들어갔다. WFS는 지난해 12월 SK그룹 내 최고상인 SUPEX추구상을 받았다.
이 회사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서울반도체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 SMIC, BOE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300억원에 영업이익 35억원을 거뒀다. 박 대표는 “차세대 스크러버 시장 선점을 통해 올해 매출 500억원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