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 투자 넉달 새 3배로 껑충

입력 2020-08-23 17:01
수정 2020-08-25 12:31
차액결제거래(CFD)를 통한 증시 투자가 최근 4개월 만에 세 배로 늘었다. CFD는 투자자가 실제로는 해당 종목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이다. 레버리지율이 최대 10배에 달하기 때문에 손실 위험이 크고, 증시가 하락하면 반대 매매로 인한 추가 폭락의 위험도 높다. 일부 중소형 종목은 CFD를 통한 매수금액이 전체 시가총액의 10%를 넘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3일 국회 강민국의원실(미래통합당)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6개 증권사(교보증권, 키움증권, DB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의 CFD를 통한 주식 매수 명목 잔액은 지난 3월 4990억원에서 7월 1조3902억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3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저점을 찍은 시기다. 이후 증시가 반등하면서 개인 주식 투자 붐이 일었고 이에 따라 CFD를 통한 투자도 급증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교보증권 등 6곳이 CFD 서비스를 제공중이며 다른 대형 증권사도 상당수가 준비하고 있다. 법인도 CFD를 이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개인이 대부분이다. 개인 중에서는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사람만 CFD를 이용할 수 있는데 최근 등록 요건이 완화되면서 수가 크게 늘어 ‘무늬만 전문투자자’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명목 잔액은 해당 시점에의 매수 종목 평가금액을 말한다. 3월 이후 코스피지수 상승을 감안해도 세 배 급증은 CFD 시장이 급성장했다는 걸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가 증권사에 납입한 증거금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6개 증권사의 CFD 매수 증거금률(증거금/매수 명목 잔액)은 3월 37.6%에서 7월 31.7%로 감소했다.

CFD 매수 명목잔액을 증권사별로 보면 지난달 교보증권이 674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키움증권 3740억원, DB금융투자 1846억원, 하나금융투자 743억원, 한국투자증권 712억원, 신한금융투자 114억원 등이었다. 명목잔액 1~3위인 교보증권·키움증권·DB금융투자의 증거금률은 각각 29.4%·24.5%·26.5%로, 6개 증권사 평균(41.0%)보다 낮다.

CFD 투자가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다. 지난달 말 CFD 매수 명목잔액은 신용융자 잔액(16조원)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종목별로 보면 시총이 작은 코스닥시장 종목 중에서 CFD 매수금액이 10%에 달하는 것도 있다. 이런 종목은 주가가 떨어져 반대매매가 나오면 추가 폭락 위험이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종목 한신공영은 지난달 말 CFD 매수금액이 179억원이었다. 이 종목 시총(1585억원)의 11.3%에 달한다. 타이거일렉(9.0%), 티에스이(7.5%), 엔에스쇼핑(7.5%), 인크로스(6.3%), 키네마스터(5.6%) 등도 같은 시기 전체 시총에서 CFD 매수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았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CFD 투자자가 급증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도 CFD로 매도 포지션을 취하면 공매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공매도는 개인이 하기 어려운데 CFD를 이용하면 훨씬 쉬워지는 것이다. 지난 3월 공매도가 금지된 뒤로는 CFD 매도금액이 거의 없어졌는데 재개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를 상대로 CFD 건전성 관리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CFD를 통한 투기적 거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위윈회와 협의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CFD 시장이 커지면서 투자자 손실 위험과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은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