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재확산하면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일부 교회들 일탈로 기독교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민적 분노가 한국 기독교 전체를 겨누는 형국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교회의 비이성적 모습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도 '교회 혐오'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빈민 구제, 약자 보호 등 교회가 한국 사회에 끼친 선한 영향력까지 싸잡아 매도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지금 우리는 교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또 신뢰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교회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할까. 지난 21일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와 더불어 국내 기독교 4대 교단 중 하나인 침례교 최대 교회 경기 용인·성남 지구촌교회의 최성은 담임목사(사진)를 만나 물었다.
미국에서 20년 넘게 살며 목회 생활을 하다 지난해 지구촌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그는 "교회가 정부를 비판할 수 있지만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 목회자는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영적 품위, 올바른 태도를 갖고 표현해야 한다"면서 "교회가 코로나를 퍼뜨리는 집단으로 인식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확진자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코로나19로 예배가 쉽지 않겠다. 현장에서 체감하나.
코로나가 이렇게 오래갈 것이라고 예상하진 못했다. 대부분 교회들이 그랬을 것이다. 우리 교회는 코로나 발생 이후 긴급회의를 소집해 3월1일 예배부터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당시는 이런 시기를 통해 현장 예배와 모임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고 봤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예배는 물론 소모임, 대면 심방 같은 현장 사역이 어렵게 됐다.
▶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긴 어려운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신앙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정서적 위로와 격려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무엇보다 교회발 확진자들이 늘어나면서 교회를 향한 비판적 시선들이 한국 교회를 더욱 위축되게 했다.
▶ 위축됐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에 교회가 6만여 곳 가까이 된다. 엄격하게 방역수칙을 지키는 교회가 훨씬 많다. 대부분 교회가 하고 있는 방역 노력은 정부가 하는 노력 이상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이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일부 교회의 일탈로 한국 교회 전체가 비판 받는 상황이 목회자 입장에선 가장 안타깝다. 물론 국민 안전을 위해 고생하는 정부의 수고는 익히 알고 있다.
▶ 교회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가슴 아픈 현실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이나 교회가 정부를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법과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한 목회자는 하나님이 주신 지혜와 영적 품위, 올바른 태도를 가지고 표현해야 한다.
▶ 일부 교회가 정부 비판에만 앞장선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 코로나는 우리의 삶에서 누구나 당면한 보편적 문제다. 이럴 때 교회가 이웃을 돌아보고 아픔을 공유하며 돕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들, 그늘진 곳과 어두운 곳을 교회가 담당해야 한다. 그래야 기독교의 목소리에 사회가 귀를 기울인다.
▶ 코로나 확산이 심각해졌다. 정부 방침에 협조하고 있나.
매주 회의를 통해 성도님들에게 코로나 대응 안내를 알린다. 우리 교회는 처음 3개월간은 온라인으로만 예배를 드렸다. 정부 방침에 따라 현장 예배를 병행할 수 있게 된 이후엔 성도 수만명 가운데 5% 인원만 제한적으로 홈페이지에서 사전 신청을 받아 현장 예배를 병행했다. 그러다 조금씩 늘려나가 최근의 코로나 재확산 전에는 20%까지 참석률을 끌어올렸다. 저희뿐 아니라 많은 교회들이 그렇게 예배 참석인원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지구촌교회 방역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예배에 참석하는 성도님들에게는 정부의 코로나 7대 방역수칙(마스크착용, 거리두기, 발열 체크, 손소독, 예배 전 후 방역 및 환기, 단체식사금지, 예배 참석자 명부작성 및 전자교인증 발급)을 엄격하게 준수하도록 인도했고 매우 잘 협조했다. 정부 발표 전인 지난 4월26일부터 전자교인증을 미리 발급해 예배 입장 전 확인을 거쳤다. 전신소독기와 체온측정기도 여러 대 구입했다. 입장 이후에는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표식이 부착된 좌석에만 안내했다. 주일 온라인 예배 전환은 정부 2단계 거리두기 격상 발표 이전인 지난 14일 선제적으로 결정했다.
▶ 지구촌교회에 부임한 지 1년 됐다고 들었다.
지난 1년은 제 삶 중 그 어떤 시간보다도 빠르게 지났다. 미국에서 20년 넘게 살다 역이민 했다.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정말 역동적인 시간을 보냈다. 기대나 설렘보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인 면이 있다보니 하나님께서 부르신 사명감 하나로 지나온 1년이다.
▶ 미국에서도 대면 예배 통제 바람이 불고 있다는데.
미국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코로나 환자가 550만명을 넘었다. 현지 교회도 한국처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부분의 한인 교인들은 자영업자라 생계상 어려움도 많다. 한국처럼 정부와 일부 교회 간 마찰이 간혹 있긴 하지만 미국도 대다수 교회가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적극적으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 곧 출간될 'COVID-19(코로나19) 이후 목회 패러다임 시프트'에 기고한 글에서 "가상 공간을 탈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의미인가.
가상공간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을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이 공간에서 오가는 소통의 양이 이미 대면 소통의 양을 넘었다. 'N번방' 같은 사건들이 한국에서는 이제야 표출됐지만 미국에서의 포르노 산업은 메이저리그나 미식축구, NBA 산업을 전부 합한 것보다 크다. 교회가 가상공간을 영적인 것이 아니라며 금기시하는 사이 사탄이 점령해버린 것이다. 한국 교회의 위기도 무관치 않다. 가상공간을 활용한 대응과 사역이 충분히 가능하다. 단순히 코로나의 문제만은 아니다. 뉴노멀(새로운 일상)을 준비할 때다. 역기능적 가상공간을 순기능적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웃과의 연대'도 강조했는데.
가장 좋은 경제는 나만 좋은 경제가 아닌 '함께 하는 경제'다. 사회가 어려워지면 교회가 보탬이 되는 부분은 돈보다 사랑이다. 이를테면 대형 교회로서 마땅히 해야 할 '선한 경제적 역할'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 교회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미자립 교회 600여 곳과 홀사모님 58명, 노숙자와 외국인 근로자 등을 돕는 데 3억6000만원을 헌신했다. 국제적으로 발이 묶인 해외 선교사 가정의 상황도 심각해 3억원을 지원했다. 대학생 장학금, 성남·용인·대구 등 지역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교회 내 경제적 빈곤을 겪는 1200여명의 성도님들, 수해 피해지역 등 다방면으로 4억8000만원을 지원했다. 마스크 지원도 했다.
▶ 교회의 '선한 영향력'을 중시하는 것 같다.
청년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경제적 지원과 경영 교육 멘토링,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이른바 'm52 오병이어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우리 교회 11개 사회복지재단의 섬김은 지자체와 협업하고 있다. 코로나로 헌혈 수급 상황이 나빠졌을 땐 교회 구성원 모두가 헌혈에 적극 나섰다. 우리 교회를 자랑하고자 하는 말이 결코 아니다. 대부분 교회들이 우리 교회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으니 국민들께서도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
▶ 기독교에 기대하는 모습으로 보여진다.
가장 중요한 건 성경을 온전히 알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균형 있게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기독교가 그동안 잘못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회개를 통해 신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초점을 맞추느라 잊었던 본질을 회복하자고 다짐한다.
▶ 끝으로 한 마디 하자면.
우리 교회는 처음 온라인 예배를 드렸던 때부터 지금까지 6개월간 매일 국가와 정부를 비롯해 전쟁 치르듯 방역을 위해 수고하는 의료진과 공무원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속히 진정됐으면 한다. 아울러 확진자들을 무조건 비난하기보다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교회를 코로나를 퍼뜨리는 집단으로만 보기보단 긍정적 역할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주시길 호소드린다. 더 열심히 기도하고 구제하도록 노력하겠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