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서울 아파트 매입 3건 중 1건은 30대였다

입력 2020-08-21 17:39
수정 2020-09-29 17:06

지난달에 30대가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도 30대 매입 비중이 크게 늘었다. 정부 정책을 불신하는 30대 실수요자들이 ‘패닉 바잉(공황구매)’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0대는 지난달 서울 아파트 5345가구를 매입했다. 지난달 전체 거래(1만6002가구)의 33.4% 수준이다. 이어 40대(28.8%) 50대(17.8%) 60대(10.2%) 순으로 서울 아파트를 많이 사들였다. 30대의 매입 비중은 관련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작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성동구와 강서구에서는 30대 매입 비중이 40%를 웃돌았다. 성동구에선 30대가 전체 거래(682가구)의 43.8%에 달하는 299가구를 사들였다. 강서구에서도 1297가구 중 553가구(42.6%)를 매입했다. 영등포구(39.6%) 마포구(39.5%) 성북구(38.0%) 서대문구(37.7%) 등의 30대 매입 비중도 높았다.

9억원 초과 아파트가 많은 강남3구 역시 30대 매입 비중이 높아졌다. 송파구의 30대 매입 비중은 지난 5월 27.4%에서 지난달 31.8%로 4.4%포인트 증가했다. 강남구(22.5%→24.3%)와 서초구(21.5%→26.7%)에서도 30대 구매가 늘어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세금과 대출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자 30대가 서울 아파트 매수에 적극 나선 것”이라며 “지금 아니면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정부는 "매수 진정세"라지만…업계 "공급 지속돼야"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가 계속될까. 서울 도심 주택공급 방안을 담은 ‘8·4 공급대책’이 30대의 불안 심리를 얼마나 달랬느냐가 관건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는 8·4 공급대책을 통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공급,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 확대 등을 발표했다. 민간분양 생애최초 특별공급 신설 등 30대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를 여럿 내놨다.

정부는 일단 30대의 ‘패닉 바잉’이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30대 주택 매수 건수가 6월부터 7월 초까지 6000건 정도였다가 7월 11일 이후 1060건 정도로 떨어졌다”며 “(7·10 대책 등으로) 30대의 패닉 바잉이 많이 진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 내려가지 않는 한 30대의 패닉 바잉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8·4 공급대책에서 정부가 밝힌 서울 내 공급 목표가 13만2000가구지만 이 중 공공재건축(5만 가구) 등에는 상당한 허수가 있다”며 “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패닉 바잉이 진정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파는 대신 증여를 선택하고 있어 ‘매도 공급 물량’도 넉넉지 않다. 지난달 아파트 증여는 역대 최다치를 갈아치울 정도로 활발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1만4153건을 기록했다. 매월 2000~4000건 수준이던 아파트 증여 건수는 올해 들어서도 많아야 월 6000건대였다. 정부가 ‘7·10 부동산 대책’에서 증여 취득세율을 최고 12%, 종합부동산세율을 최고 6%로 올리기로 하자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증여에 나섰다.

증여 러시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추가 중과 세율을 내년 6월 1일부터 적용키로 해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정부가 양도세율 추가 중과 시기를 주택을 처분할 시간을 주기 위해 늦췄다”며 “다주택자들은 증여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이라고 말했다.

최진석/장현주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