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들이 저축은행업계에 잇달아 경고음을 내고 있다. 코로나19가 내년까지 지속되면 상위권 대형 저축은행마저 대거 적자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실채권 비중도 치솟아 또다시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갈수록 악화하는 상환능력안태영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개인 신용대출 위주의 저축은행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 신용대출을 다루는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자산 순위 상위권 회사다. 상위 8개 저축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비중은 전체 대출의 38%를 웃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오케이저축은행과 유진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이 적자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익성(ROA)은 지난해 1.7%에서 최악의 경우 -0.4%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실채권 비중인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같은 기간 4.8%에서 7.3%로 치솟을 것으로 추산했다. 안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은 더욱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이어 “추가로 원금 상환 유예 조치가 이뤄지면 일시에 연체 채권이 급증하면서 더 큰 폭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대출도 수익성 급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봤다. 중소기업 대출에 중점을 둔 저축은행 5곳의 ROA는 1.7%에서 0.6%로 3분의 1토막 날 것으로 추정됐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3.5%에서 5.4%로 급등할 것이란 관측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상외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담보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악재 겹치는 지방 저축은행한국신용평가도 저축은행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 상호금융권의 공세로 사업 전망이 계속 어두워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코로나19로 실물경기가 침체하면서 상환능력이 부족한 차주들의 폐업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부동산 담보도 지방에서는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는 곳이 많아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방 거점 소형 저축은행은 영업구역이 한정된 탓에 다양한 차주로 부실 위험을 분산하기 어렵다”며 “고액 여신을 다루는 저축은행은 지역 경제가 침체되면 급격히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고이자율 인하에 따른 수익성 감소도 부정적인 변수다. 최근 여권에서 잇달아 내놓은 법안대로 최고이자율이 현행 연 24%에서 연 10%까지 떨어지면 대부분 저축은행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 10% 미만 대출 비중은 전체 대출의 1%에도 못 미친다. 최고이자율을 20%로 인하하더라도 개인 신용대출 위주인 저축은행들은 수익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