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를 넘어 모빌리티(이동수단), 금융, 게임 등 모바일 종합 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 카카오는 모바일의 파도가 휘몰아쳤던 지난 10여 년간 모바일 생태계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이어왔다. 카카오 사명(社名)의 변천사는 그 고민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카카오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사진)이 2006년 설립한 ‘아이위랩(IWILAB)’에서 시작한다. 아이위랩은 ‘나(I)’와 ‘우리(We)’에다 실험실을 뜻하는 ‘Lab’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직원들이 똘똘 뭉쳐 인터넷상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보자는 의미다. 이름 그대로 김 의장과 10여 명의 개발자들로 구성된 작은 실험실이었다. 동영상·사진 공유 서비스 ‘부루닷컴’, 정보 공유 서비스 ‘위지아’ 등을 선보이며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김 의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3년 넘게 이렇다 할 성공을 못 했으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이때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시도한 것이 2010년 출시한 ‘카카오톡’이었다.
카카오톡이란 이름은 ‘단순함’에서 나왔다. 2009년 말 아이폰3GS가 국내 출시된 이후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카카오톡을 포함해 수많은 앱이 쏟아져 나왔다. 튀기 위해선 한 번 들으면 각인될 수 있는 이름이 필요했다. 카카오톡은 거창한 의미를 담기보다는 단순해서 외우기 쉬운 이름이다. 초콜릿이 주는 달콤함과 모바일 소통이 주는 즐거움이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에서 따왔다. 본래 영문명을 ‘Cacao talk’으로 지으려 했으나 ‘cacao.com’ 도메인이 이미 등록돼 있어 코리아의 K를 따서 ‘Kakao talk’이 됐다. 카카오의 대표 색이 된 노란색 이미지도 이때 결정됐다. 눈에 띄기 위한 강렬한 이미지가 필요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기존 앱과 차별성도 있어야 했다. 그 색이 노란색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 카카오톡은 성공했다. 그즈음 아이위랩은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한다. 부루닷컴, 위지아 등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카카오톡에 올인한다는 결단이었다. 이제범 전 카카오 대표는 “늘어나는 카카오톡의 트래픽을 관리만 하기에도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다”며 “모든 인원이 카카오톡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는 자연스레 모든 걸 실험하는 아이위랩에서 카카오톡만을 서비스하는 카카오가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날로 성장했고 2014년 10월 사명을 ‘다음카카오’로 바꾼다. 국내 2위 포털 ‘다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합병하게 된 것이다. 작은 실험실로 출발한 카카오가 국내 대표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다음카카오는 1년이 채 안 된 2015년 9월 다시 사명을 카카오로 바꾼다. 모바일에 대한 카카오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행보였다. 당시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를 시작으로 카카오톡 기반의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이란 호칭은 1990년대부터 이어온 웹 서비스의 이미지를 짙게 풍기고 있었다. 모바일 회사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음이란 이름을 덜어냈다.
이제 카카오란 이름은 명실상부한 대표 모바일 브랜드가 됐다. 계획했던 모바일 서비스 확장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주요 사업부문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커머스 등의 이름을 달고 분사했다. 자회사들이 각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카카오의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선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자회사에 함부로 카카오란 이름을 내주지 않는다. 브랜드 이미지를 희석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현재 자회사 97개 중 15곳만이 카카오란 이름을 달고 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