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로부터 '임신 유세'를 떤다는 말을 들었다는 네티즌 A씨의 사연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다.
한 커뮤니티를 통해 사연을 공개한 A씨는 "결혼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어렵게 임신을 했다. 몇 년 동안 바라왔던 임신이다 보니 기쁨 반, 걱정 반에 남들 눈에 유난으로 비쳤을 수 있다. 그러나 중학생 때부터 절친했던 친구한데 '임신 유세'라는 말을 들으니 충격이다"고 하소연했다.
미혼이었던 A씨의 친구 B씨. A씨에 따르면 그는 종종 A씨의 집에 놀러 와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임신한 뒤로는 발길이 끊겼고, 오랜만에 연락을 해 온 B씨는 식당에서 밥을 먹자고 제안했다. A씨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날도 더운 탓에 집에서 밥을 해먹고 싶었지만, B씨는 휴가 중이라 꼭 외부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예민하게 굴고 싶지 않았던 A씨는 B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웬걸, B씨가 선택한 메뉴는 회였다. A씨는 "임신 중엔 날 것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회를 못 먹겠다"고 말했지만 B씨는 되려 "횟집에 회만 파냐. 넌 다른 걸 먹으라"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동네 일식집으로 향한 두 사람. 고민 없이 회를 고른 B씨와 달리 A씨는 날 것이 아닌 메뉴를 찾느라 머뭇거렸고, 주문을 받으러 온 직원에게 "임신 중이라 회 외에 다른 메뉴는 없냐"고 물었다. 직원이 주방에 물어보겠다며 자리를 비운 사이 B씨는 A씨에게 "꼭 그렇게 임산부 티를 내야겠냐"고 따졌다. 기분이 확 상했지만 A씨는 정말 자신이 유난인가 싶어 선뜻 화를 내지도 못했다고 한다.
식사를 마친 후 이들은 후식을 즐기기 위해 집으로 향했다. 디저트를 먹던 중 다른 친구가 A씨를 위해 보내준 임산부용 보디케어 제품이 택배로 도착했다. 그러자 B씨는 돌연 "너 예비 맘충기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원래 애를 늦게 낳으면 더 유난 떤다더니 너도 벌써부터 보통이 아니다"라고 비아냥거렸다.
기분이 상한 A씨는 그 길로 B씨를 돌려보내고, 그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A씨는 "나도 무례하고 개념 없는 부모들 진짜 싫어한다. 아기 낳고도 조심해야겠다고 매번 다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들으니 괜스레 우울해지고 어디 나가고 싶지가 않더라"며 속상함을 드러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남도 임산부한테는 회 먹자고 안 한다", "친구가 더 예민해 보이는데", "저 정도면 친구가 아니라 원수 아닌가요", "친구가 자격지심이 있는 것 같네", "아무리 미혼이라 모른다지만 친구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네", "저 정도면 일부러 찾아온 거 아니냐", "더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어이가 없네", "질투로 밖에는 해석 불가", "연락처 지우고 상종하지 말길",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배려 하고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걸 모르나"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실제 우리 주변에서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을까. 지난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임산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1%가 '배려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임산부에게 필요한 배려로는 가정에서는 청소, 빨래 등 가사 지원(46.8%), 직장에서는 출퇴근 시간 조정(31.1%)이 꼽혔다. 사회적으로는 대중교통 좌석 양보(37.8%)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 등으로 초혼 연령과 첫째아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바 이웃, 동료, 직장 전반에 걸친 배려가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임산부들이 체감하는 바는 현저히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을 위해 사회적으로 임산부에 대한 인식 개선과 따뜻한 시선, 배려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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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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