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20일(06:4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서울과 부산에는 BNK금융그룹이 소유하고 있고,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는 오피스 빌딩이 여러 채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게는 안정적이면서도 안전한 투자 대상이죠. 리츠 자산관리회사 인가를 마치는 대로 이런 빌딩들을 자산으로 한 상장 리츠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BNK금융그룹 산하 자산운용사인 BNK자산운용은 최근 몇 년 새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로 꼽힌다. 2017년 말 3조3000여억원 수준이었던 운용자산(AUM)은 현재 8조2000여억원으로 두 배 넘게 늘어났다.
증권·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매출과 수익성을 높여 종합금융회사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종합자산운용사로 전환하면서 사업 영역을 기존의 주식, 채권 분야에서 부동산 공모펀드와 선박·항공기 등 특별자산 공모펀드 분야로까지 넓힌 것도 성장세를 가속화하는 데 기여했다.
◆2021년 상반기 목표로 'BNK 리츠' 상장 준비
2017년부터 BNK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는 이윤학 대표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리츠와 블라인드 펀드 등 새로운 투자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라며 “수도권 물류센터와 해외 부동산 등 새로운 유형의 부동산 자산에 대한 투자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BNK자산운용은 현재 국토교통부에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위한 예비 인가를 신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대표는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올해 연말 무렵이면 리츠 자산관리회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자산관리회사가 설립되면 곧바로 유가증권시장에 'BNK 리츠‘(가칭)를 상장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상장 목표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리츠에 편입해 운용할 자산으로는 BNK금융그룹이 서울과 부산 등지에 보유하고 있는 오피스 빌딩들을 고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빌딩이 BNK금융그룹 계열사들을 주요 임차인으로 두고 있어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거두고 있다. 이런 빌딩들을 리츠에 담아 서울과 부산 등지에 자산이 골고루 분포된 리츠를 만들겠다는 게 BNK자산운용의 계획이다.
BNK자산운용의 리츠 시장 진출은 신사업을 확대해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그룹의 장기 전략과 국내 공모 리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부동산 펀드 운용과 부동산 대체투자를 통해서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리츠에 접목할 예정”이라며 “안정적인 임차인을 보유한 우량 리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계열사 출자금으로 100억원대 블라인드 펀드 조성
BNK자산운용은 부동산 대체투자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그룹 계열사의 출자를 받아 블라인드 펀드도 조성하고 있다. 블라인드 펀드는 구체적인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대략적인 투자 전략과 목표 수익률만을 제시한 채 투자금을 모으는 펀드를 말한다.
유망 투자 대상을 발견하면 투자금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펀드 조성은 이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에 조성하는 블라인드 펀드의 규모는 약 100억원으로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출자를 통해 마련된다. 블라인드 펀드 투자금은 부동산 프로젝트 투자의 후순위 투자금으로 투입된다. 기대 수익률이 높은 만큼 손실 가능성도 더 높은 후순위 투자를 블라인드 펀드 투자금으로 채우면 앞에 들어갈 선순위·중순위 투자금을 모으는 일은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해 유망 투자 대상을 발 빠르게 선점함과 동시에 투자금 모집도 더 용이하게 만들겠다는 게 BNK자산운용의 전략이다.
이 대표는 “BNK 계열사 자금으로 조성한 블라인드 펀드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후순위 투자를 맡게 되면 다른 투자자들에게 ‘저 자산이 정말 좋은 자산이구나’하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며 “투자 성과를 지켜본 뒤 다른 계열사도 출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블라인드 펀드 설정 규모를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물류창고, 해외 부동산 등 새로운 투자처 발굴
지난해 사내 대체투자본부를 대체투자그룹으로 확대 재편성하며 대체투자 역량 강화에 나선 BNK자산운용은 물류창고, 해외 주거용 부동산, NPL(부실채권) 등 새로운 투자처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수도권 물류센터 한 곳에 대한 인수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 대형 증권사와 함께 미국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안에 인프라 투자본부를 신설해 인프라 자산에 대한 투자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여파로 올해 말과 내년 초에는 시장에 나오는 NPL 물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NPL 중에서 회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물건들에 대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라는 BNK자산운용의 특성이 부동산 자산과 NPL에 대한 투자에 나서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등에 뻗어있는 은행 지점들이 해당 지역 기업들과 오랫동안 거래하면서 기업들의 경영 상황과 개별 부동산 자산의 투자 가치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투자 대상을 발굴하는 것 자체는 자산운용사의 기본적인 역할이지만 전국 각지에 있는 은행과 계열사 지점들에서도 유망 투자처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며 “여러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