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후에도 심각한 코로나 후유증…미국서 전문 클리닉 등장

입력 2020-08-21 10:25
수정 2020-09-18 00:3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완치된 뒤에도 수개월 동안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미국에서는 포스트코로나 전문 클리닉까지 생겼다. 후유증을 호소하는 완치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몇달을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위한 전문 클리닉들이 미국에서 등장하고 있다. 미 병원인 마운트 시나이 헬스시스템은 지난 5월 뉴욕 맨해튼에 코로나19 후유증 전문 클리닉을 열었다. 지난 6월부터 환자가 급증하기 시작해 지금은 예약부터 진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두달 반 수준이다. 시카고의 노스웨스턴 메모리얼 병원의 포스트 코로나 클리닉은 몇달치 예약이 이미 끝났다.

마운트 시나이 헬스시스템은 맨해튼 클리닉의 의사 등 근무자를 확충하고, 다른 지역에도 유사 클리닉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 워싱턴대학교병원도 다음달 중 전문 클리닉을 열 예정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도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개월 동안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미국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46세 여성 리스 스턴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6개월 후에도 이명, 후각과 미각 상실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건망증이 심해져 주요사항을 끊임없이 적어두어야 하며, 사람들의 이름 등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아이 세 명을 양육하는 워킹맘 생활에도 큰 무리가 없었지만 이제는 “개와 함께 두 블록만 걸어도 지친다”고도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겪는 후유증으로는 이명, 감각 상실, 건망증, 근육통, 피로, 현기증, 심장 두근거림과 설사, 식욕부진, 메스꺼움 등 위장질환이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35%가 2~3주가 지나도록 코로나19 전 건강상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저질환이 없는 18~34세의 청년층 중 20% 가량도 역시 완전한 회복을 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연구팀도 코로나19 확진자 중 10% 가량이 3주가 지난 후에도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학자들은 코로나19 감염 당시에는 증상이 심각하지 않았던 환자들도 완치 후에 후유증에 장기간 시달리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대학의 빅토리아 프레이저 감염병 전문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동안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중환자실에 입원하지는 않았던 환자들마저도 장기간 후유증을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치자가 후유증을 겪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완치 후에도 여전히 체내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남아 있어 면역시스템을 교란하기 때문이라는 가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진 후에도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계속 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이라는 가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