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자금 빼는 외국인·서학개미…환율 1180원대 하단 형성[김익환의 외환시장 워치]

입력 2020-08-21 10:00
수정 2020-08-21 17:13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해외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를 뜻하는 이른바 '서학개미'가 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한국 증시서 발을 빼는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도 두드러지고 있다. 서학개미와 외국인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도 오름세(원화 가치는 하락)를 보이고 있다. 두 세력이 환율을 1180원 선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3~20일에 국내 증시에서 1조904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지난달 9088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이 이달에 재차 한국 증시서 발을 빼는 양상이다.

이달 외국인 순매도 종목 상위 1위는 SK하이닉스로 이달에만 6951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그 뒤를 현대차(5386억원) LG화학(4437억원) 삼성SDI(3850억원) 카카오(3163억원) 삼성전자(2593억원) 씨젠(1693억원) 현대모비스(1459억원) 삼성전자우(1196억원) 엔씨소프트(892억원) 등이 꼽혔다. 이른바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으로 분류되는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은 한국 등 신흥국이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경기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서학개미의 기세도 남다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1일~8월19일 누적으로 국내 투자자는 해외주식을 112억5641만달러를 순매수했다. 작년 같은 기간 순매수(14억1438만달러)에 비해 695.85% 늘어난 규모다. 이들이 해외주식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원화를 바꿔 달러로 환전하면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학개미는 미국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1일~8월19일 누적 순매수 결제금액 상위 1위는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13억6418만달러)로 나타났다. 애플(10억4121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6억3434만달러) 구글 지주사인 알파벳(4억891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기술주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국내 투자자의 매수세도 급증했다.

선진국 통화가치와 견준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만 환율이 1180~1200원 선 박스권을 맴도는 것은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국내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 흐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