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공익법인의 80% 이상이 평가조차 불가능한 수준의 회계 처리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분야에서 감사공영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정부회계학회는 20일 ‘비영리 공공분야의 감사공영제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2020년 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이영석 중소회계법인협의회 이사는 “공익법인 평가기관인 한국가이드스타 분석에 따르면 의무공시 공익법인 9663곳 가운데 81%인 7814곳이 평가를 할 수 없는 수준의 불성실 공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시 대상이 아닌 영세한 시민단체와 학교법인 등의 회계 수준은 이보다 더 낮기 때문에 현실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도 “지난해 1억원을 모금해 개 농장에 2000만원만 쓰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다 써버린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입건됐고 최근엔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가 허술한 회계로 지탄받았다”며 “시민단체와 사학재단 등 공익법인의 부정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허술한 회계감사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조차도 2018년 11억원을 지출해서 2000만 명에게 혜택을 줬다는 식으로 회계장부를 작성했다”며 “회계장부 작성은 ‘실수했다’하고 넘어갈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익단체의 회계 부정은 사회의 근본적인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대안이 될 수 있는 사례로 영국의 자선위원회가 언급됐다. 정 교수는 “영국은 수백 년 전 시민단체를 감독하는 위원회를 구성했고 지금은 인원이 350명에 달한다”며 “기부금 등 연수입이 5000파운드(약 750만원) 이상이면 모두 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윤정원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본부장은 “정부가 회계감사에 개입해 공익을 보호해야 한다”며 “공익법인 가운데 의무적 외부감사 대상을 확대하고 감사인 자유 선임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봉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시민단체와 사학재단 등의 횡령행위가 불거져 관심을 끄는 일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