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상황은 아슬아슬, 정책은 조마조마

입력 2020-08-20 18:02
수정 2020-08-21 00:12
아슬아슬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재확산 국면에 접어들었고, 서민들의 삶은 추락 직전으로 몰리고 있다. 경제 분야도 아슬아슬하다. 금융과 실물의 괴리 현상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실물부문에서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마이너스 숫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주식값과 채권값은 사상 최고 수준을 향하고 있다. 경기 상승을 예고하는 동(銅)값과 경기 하락을 예고하는 금(金)값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우리 경제를 아슬아슬하게 하는 당면 요인이라면, 미·중 관계의 불확실성은 근본 요인이다. 미·중 갈등은 미래 패권을 걸고 싸운다는 점에서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고, 무승부가 없는 생사의 전쟁이다.

이 전쟁은 우리 경제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이미 전쟁은 본격화했고, 한국도 주요 참전국이다. 미국의 반도체 설계기술과 생산 장비, 일본의 반도체 소재,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기술, 대만의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기술,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정책이 뒤얽힌 글로벌 반도체 대전이다. 한국과 대만, 중국은 반도체 생산을 놓고 경쟁하고 있지만,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메모리 및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국을 선택하는 국가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듯하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5년 이내에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큰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도 한국과 일본,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와 세계 각국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오랫동안 배타적인 보조금 정책을 통해 한국 기업을 배척하고 자국 배터리업체를 육성했다. 이렇게 육성한 중국 기업의 배터리를 세계 전기차 생산업체에 공급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에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국가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이 미래 패권을 놓고 격돌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정책은 조마조마하다. 이미 조급한 방역 지침 완화로 코로나19 재확산의 계기를 만들었다. 재확산을 염두에 두지 않은 무분별한 재정투입 탓에 정작 필요한 때에 필요한 분야를 지원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원리를 무시한 편 가르기로 부동산정책은 정치가 된 지 오래다.

보는 사람을 더욱 조마조마하게 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국제경제 문제조차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대치를 하는 가운데서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중국 배터리업체 CATL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어색해 보이는 동맹은 장차 중국 전기차 시장을 노리는 테슬라의 장기 전략 차원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향후 미·중 간의 관계 변화에 따라 어떤 ‘막장 드라마’로도 변할 수 있다. 그 드라마의 결과는 우리나라 전기차 배터리 회사들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분법은 통하지 않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소니뮤직사와 협업을 통해 순전히 일본인으로 구성되고 K팝 노하우로 육성된 신인 걸그룹 니쥬를 탄생시켰다. 최근 니쥬의 대활약에 힘입어 JYP의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일파냐 아니냐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국내 문제는 대한민국 정부의 권위로 명령할 수 있지만, 국제 문제는 다르다. 국내에서처럼 경직된 이념의 잣대로 조급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 치열한 국익의 장에서는 최고의 선수가, 최선의 국가전략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 우리의 국가전략은 무엇이고 과연 이렇게 하고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우리는 반도체를 만들 수 없을 수도 있고, 우리가 만든 전기차 배터리를 팔 곳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 처절한 절박함이 필요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