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가 더 벌린 소득격차, 무차별 현금살포로 못 덮는다

입력 2020-08-20 18:00
수정 2020-08-21 00:19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관계장관회의에서 “코로나 사태에 대한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 대응으로 2분기(4~6월) 소득분배가 개선됐다”고 자화자찬했다. 통계청의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작년 동기 대비 8.9% 늘어 5분위(상위 20%) 증가율 2.6%를 크게 웃돌았고, 그로 인해 표면상 소득격차가 줄어든 것을 자랑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결과는 전적으로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착시 현상’일 뿐이다. 정부 지원금 등 이전소득이 같은 기간 무려 80.8% 늘어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요인을 제거하면 1분위와 5분위 간의 소득격차는 더 커졌다. 저소득층의 근로·사업소득이 고소득층에 비해 훨씬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2분기 중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8.0% 감소했다. 5분위와 비교해 감소폭이 4.5배 컸다. 임시·일용직이 많은 1분위 가구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업소득도 1분위 감소율이 15.9%로 5분위 감소율(2.4%)의 6.6배에 달했다. 영세 자영업자가 받은 타격이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조사 결과야말로 경기가 악화하면 약자가 더 어려워진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전 국민이 아니라 취약계층에 집중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4·15 총선 공약이란 이유로 12조2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전 국민에게 최대 100만원(4인 이상 가구 기준)의 재난지원금을 살포했다. 만약 이 예산을 당초 계획대로 하위 70%나 그 이하의 취약계층에 집중 투입했다면 가구당 수령액이 늘어 저소득층 지원 효과가 배가됐을 것이다. 전 국민에게 뿌려진 재난지원금은 추가적인 소비진작 효과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현금성 재난지원금에 따른 소득증가나 격차 축소 효과가 일시적이란 점이다. 지원금이 지급된 시기에 반짝 효과를 낼지는 모르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 재원도 무한정 쓸 수 없기 때문에 지원 자체가 일회성에 그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와 같은 국가적 재난기에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법은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경기진작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일회성 재난지원금 등으로는 이들이 입는 상처를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