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재택근무가 장기화하자 재택근무 수당을 도입하는 일본 기업이 늘고 있다. 남아도는 사무 공간을 줄여 절감한 돈으로 재택근무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아예 휴가지에 머물면서 일하는 ‘워케이션(workation)’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전기요금 등 월 7000엔까지 지급
일본 2위 통신회사인 소프트뱅크는 오는 9월부터 2만여 명에 달하는 전 직원에게 월 4000엔(약 4만4794원)의 재택근무 수당을 지급한다고 19일 발표했다. 정규직뿐 아니라 계약직, 아르바이트 직원도 대상이다. 소프트뱅크는 “재택근무로 늘어나는 전기요금과 냉난방비, 인터넷 설비 구입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급증하자 기업들에 재택근무를 확대해 출근하는 직원 비율을 30% 이하로 낮춰 줄 것을 요청했다. 연일 1000명 안팎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날 현재 일본의 누적 확진자 수는 5만8489명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한편 재택근무 지원금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일본 최대 통신회사인 NTT는 오는 10월부터 18만 명에 달하는 전 직원에게 하루 200엔의 재택근무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3위 통신회사인 KDDI도 재택근무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후지쓰와 히타치도 각각 월 5000엔과 3000엔의 재택근무 수당을 지급한다. 직원 7000명의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은 오는 10월부터 보안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한 직원 95%에 대해 재택근무를 기본근무 형태로 정하고 월 7000엔의 지원금을 준다.
재택근무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뿐 아니라 직원 업무 성과를 향상시킨다는 조사 결과도 일본 기업들이 지원에 적극적인 이유다. 야후가 지난 6월 초 전 사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성과가 향상됐다’는 응답이 38%로, 5월 초 조사보다 13%포인트 올랐다. ‘성과가 저하됐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코니카미놀타재팬이 6월 재택근무 실시 4개월째를 맞아 전 직원(3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성과가 향상됐다’거나 ‘성과에 변함이 없다’는 응답이 79%였다. ‘성과가 저하됐다’는 응답은 10%였다. 휴가와 일을 동시에 ‘워케이션’도휴양지나 공기 좋은 시골에서 지내며 근무하는 워케이션 제도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항공(JAL)은 휴가지에서 바로 근무로 전환하거나 출장과 휴가를 연계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출장지에서 업무를 마치고 바로 휴가를 보내면 휴가지까지 이동하는 데 드는 교통비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여행객이 격감한 지방자치단체와 숙박시설도 워케이션 고객 유치에 적극적이다. 유명 관광지인 도치기현 닛코,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와카야마현 시라하마 등은 시설을 정비해 기업 유치에 나섰다. 닛코의 주젠지가나야호텔은 객실 일부를 사무실로 개조했고, 기누가와파크호텔즈는 대연회장을 회의실과 기업 연수 공간으로 개조했다.
워케이션 전문 임대기업도 생겼다. 도쿄 지요다구의 어드레스는 거주 공간과 업무 공간을 겸할 수 있는 공간을 전국 각지에 확보해 월 4만엔에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