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폭등…'노도강'·'금관구'까지 번졌다

입력 2020-08-19 14:51
수정 2020-08-19 15:07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의 전셋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민 주택형이라 불리는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이 5억원대를 돌파하는 등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전·월세상한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강남은 물론 강북까지 전세난이 번지면서 ‘서민 주거 불안정’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강북 주거지역인 ‘노도강’의 전셋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강북구 미아동 미아1차래미안 전용 84㎡ 전세는 지난 7일 5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평형은 지난 6월 4억3000만원에 실거래된 뒤 7000만원 올랐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5차 전용 84㎡는 지난 14일 5억원에 전세 거래돼 처음으로 5억원대를 돌파했다. 지난달에 비해 5000만원 가격이 뛰었다. 노원구 중계동 중계현대2 전용 84㎡는 지난 12일 기존 최고가(4억2500만원)보다 7500만원 오른 5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노원구 B공인 관계자는 “전용 84㎡ 기준으로 3억 후반에서 4억 초반에 거래됐던 단지들이 속속 5억원 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호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금관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동아) 전용 84㎡는 지난 5일 5억1000만원에 전세 거래돼 5억원을 넘어섰다. 봉천동 관악푸르지오 전용 84㎡도 이달 들어 지난 4일과 10일 연이어 5억원에 전세 계약을 마쳤다. 구로구 신도림동 대림3 전용 84㎡는 지난 11일 5억원에 거래되며 전세 신고가를 경신했다. 구로구 개봉동 현대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 1일 4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며 5억원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세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저렴한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추세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9922만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인 2018년 7월(4억546만원)보다 4876만원 올랐다. 최근 전세값 과열 현상을 고려하면 이달 중 5억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서울 내 중저가 전세 매물이 사라지면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 주요지역의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그동안 저평가를 받은 지역에서도 ‘키 맞추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강남→서울 외곽지역→경기도’ 등으로 실수요자들이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