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도배·벌어진 바닥재…11월부터 모두 '아파트 하자' [최진석의 부동산 팩트체크]

입력 2020-08-19 12:16
수정 2020-08-19 13:23

새 아파트에 입주했는데 주름지고 들뜬 도배를 보면 기분이 좋을 수 없습니다. 바닥재가 벌어지고 단차도 있다면 화가 날 겁니다. 오는 11월부터는 이런 문제점들도 하자 판정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 하자 판정에 사용하는 하자판정기준을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죠. 19일 국토부에 따르면 20일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합니다. 현행 하자판정 기준 31개를 44개로 13개 늘리면서 기존 12개 항목의 내용을 개선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둔 분들은 반드시 체크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우선 도배와 바닥재에 대한 하자 기준이 마련됩니다. 가장 빈번한 하자인 도배나 바닥재 하자는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현재 이에 대한 하자판정 기준이 없습니다. 때문에 시공사와의 갈등은 물론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시공상 결함으로 도배지나 시트지가 들뜨고 주름지거나 이음부가 벌어진 경우 하자로 판단합니다.

바닥재도 파손되거나 들뜨면 하자입니다. 발로 밟았을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바닥재 사이가 벌어져 있는 것도 하자로 봅니다. 쉽게 말해 바닥재가 제대로 깔려있지 않으면 하자라는 얘기죠.

내부 공간이 협소하거나 출입문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분쟁이 발생한 사례들도 많습니다. 냉장고 등 가전기기를 들여놓을 수 없기 때문이죠. 이번 개정안에선 이런 가전기기들을 들여다 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출입구와 공간이 마련돼 있어야 하자가 없는 것으로 봅니다. 가전기기의 기준은 모델하우스에 설치되거나 분양책자에 제시된 사양의 빌트인 가전기기입니다.



또 하나 하자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곳, 지하 주차장이 있습니다. 이번에 지하 주차장 하자 기준도 마련됐습니다. 주행로 폭이 법적 기준에 미달하거나 주차장 기둥, 모서리의 보호패드나 안전페인트가 벗겨진 경우, 지하주차장 천정과 벽면 등의 뿜칠 등 마감재가 미시공 또는 떨어진 경우 하자로 인정됩니다.

결로로 인한 곰팡이 발생과 관련한 하자 판단 기준은 이번에 좀 더 개선됐습니다. 현행 규정은 단열 처리가 불량하거나 마감재를 설계와 다르게 시공했는지 등 재료의 시공상태만을 보고 하자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깐깐해집니다. 실내외 온도차를 고려한 결로방지 설계 여부와 해당 부위 온·습도 측정을 통해 하자를 판정하게 됩니다.

벽 타일이 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타일 접착제의 접착 강도만 측정합니다. 앞으로는 타일과 벽면 사이에 모르타르가 얼마나 충실히 채워져 있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하자 여부를 판단할 계획입니다.

세면대, 싱크대 등 위생기구는 규격과 부착상태, 외관상 결함 등으로만 하자 여부를 판정했습니다. 개정 후에는 기구별 급수 토출량, 급탕 토출온도, 녹물발생 등도 고려해 하자를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국토부는 개정된 기준을 행정예고 이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11월 중에는 시행할 방침입니다. 이번 개정은 5년 만에 이뤄지는 겁니다. 그동안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갔고, 이에 따른 분쟁 사례가 늘어난 만큼 이에 맞춰 하자 판단 기준을 강화한 것이죠.

앞으로는 건설사들이 꼼꼼하게 아파트를 짓지 않을 경우 대규모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지자체에서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게 되고 그만큼 입주가 지연됩니다. 시공사가 하자 발생을 줄이기 위해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인거죠. 이번 법 개정이 하자로 인한 시공사와 입주민들 간 분쟁을 방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입주자 분들이 이런저런 하자로 마음 고생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