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트럼프는 틱톡을 퇴출하려는걸까 [박상용의 글로벌M&A]

입력 2020-08-19 11:04
수정 2020-10-05 00:02


마이크로소프트(MS)·트위터·오라클 등 미국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중국 동영상 플랫폼 업체 틱톡의 해외사업 인수전에 뛰어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틱톡의 미국 내 사업체와 관련한 자산을 90일 안에 모두 매각하라고 모기업 바이트댄스에 지난 14일 명령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에 퇴출 명령을 내린 이유를 안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동영상 플랫폼이 어떻게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틱톡 퇴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⑴ 틱톡이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틱톡은 2016년 출시된 동영상 플랫폼이다. 60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려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누적 다운로드 회수는 20억건을 넘어설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 도입된 지는 2년밖에 안 됐는데 사용자가 1억명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틱톡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미국 10~20대 젊은층이 많아서 'Z세대의 클럽하우스'로 불리기도 한다.

올 1분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 받은 앱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의 앱장터인 앱스토어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에서 3억1500만회 다운로드 됐다. 이 가운데 미국 다운로드 비중은 8.2%로 3위다. 지난 6월 틱톡 이용을 금지한 인도가 차지하는 다운로드 비중은 세계의 3분의 1에 달한다. 틱톡의 본고장 중국은 9.7% 정도다.




⑵ 틱톡 사용 금지한 인도
인도가 틱톡 이용을 금지한 것은 국경 분쟁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인도 정부는 지난 6월 틱톡을 포함해 위챗 등 59개 중국 앱의 사용을 일제히 금지했다. 이에 따라 틱톡은 인도에서 60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됐다.

1962년 전쟁까지 치른 중국과 인도는 아직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하고 3천488㎞에 이르는 실질 통제선(LAC)사실상의 국경으로 삼고 있다. 두 국가는 최근 몇 년 사이 LAC 주변의 도로와 교량 등 사회기반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군사적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6월15일에는 라다크 갈완 계곡에서 양측 군대가 몽둥이를 동원해 몸싸움을 벌여 최소 20명의 인도 군인이 사망하고 중국군도 다수의 희생자를 냈다.

⑶ 트럼프가 틱톡 제재한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틱톡이 미국 시민들에 대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고, 중국 정부가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주식회사에 정보를 넘기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 초 미 국방부는 직원들에게 휴대폰에서 틱톡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뒤이어 미국 주요 은행인 웰스파고 등 일부 기업들도 내부 직원들에게 틱톡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다만 미 관리들은 틱톡이 중국 정부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제공하지 않았다.

바이트댄스 측은 이런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보안 전문가들도 틱톡이 다른 소셜미디어보다 더 많은 이용자 정보를 모은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⑷ 안보 위협 논란 사실은?
다만 최근 틱톡이 사용자 데이터인 고유식별정보를 무단 수집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틱톡은 지난해 11월 미 정부로부터 국가안보 위협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전까지 최소 15개월 동안 맥 주소를 수집해왔다.

맥 주소는 네트워크 기기에 부여되는 12자리의 고유식별번호로 기기를 교체해야 초기화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 미 '아동온라인사생활보호법'(COPPA)은 맥 주소를 고유식별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재작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된 9개 버전의 틱톡을 설치해본 결과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로 맥 주소를 비롯한 개인정보들이 전송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계정을 만들고 서비스 약관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휴대전화에 틱톡을 설치하면 맥 주소가 유출됐다. 맥 주소를 수집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프라이버시 정책 위반이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수집한 맥 주소를 숨기기 위해 취한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정관리 업체 옥타의 부회장인 마크 로저스는 "틱톡은 일반적으로 경쟁자들의 모방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암호화 프로토콜을 구글이나 애플의 감시를 피해가기 위해 추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틱톡만 맥 주소를 수집하는 건 아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인 앱센서스가 2018년 안드로이드 앱 2만515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47개(1.4%)의 앱들이 맥 주소를 수집하고 있었다. 조엘 리어든 캘거리대 조교수는 "(맥 주소 수집은) 사용자가 저항할 수 없게끔 개인정보를 장기적으로 얻는 방법"이라면서도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 광고를 제공하는 것 외에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다.

⑸ 누가 주인이 될까
외신에 따르면 틱톡은 MS와 오라클, 트위터 등과 매각을 협상하고 있다. 틱톡 인수는 MS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은 공식적으로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닌데다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MS 측은 틱톡 인수 추진 의사를 이미 공식화하고 협상을 늦어도 9월 15일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애초 틱톡의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사업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그 뒤 인도, 유럽 사업 인수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