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출 상환을 유예해준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진 반면 금융당국의 ‘재연장 압박’은 거세졌기 때문이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이 코로나19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만기를 연장해준 대출과 납입을 유예해준 이자는 총 39조1380억원이다. 올 2월 정부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방침에 따라 지난 13일까지 상환을 미뤄준 대출원금(35조792억원)과 원금을 나눠 갚아야 하는 분할대출 유예액(4조280억원), 이자 납입을 미뤄준 금액(308억원)을 집계한 결과다.
기존 코로나19 대출과 이자에 대한 만기 연장 및 납입 유예 시한은 6개월로 오는 9월 16일부터는 정상적으로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재확산 조짐마저 나타나면서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에 대출 상환 유예에 대한 ‘재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2일 은행연합회 등 5대 금융협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재연장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은행권이 특히 불만을 나타내는 건 이자 유예 조치다. 이자를 못 내는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될 수 있고, 대출 부실과 은행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6개월간 이자 납입을 미뤄준 금액(308억원)만 보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바꿔 말하면 유예액의 약 50배(이자율 연 4%로 가정)인 원금 1조5000억원에 부실 징후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이자 납입을 추가로 연장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자 납입을 미뤄준 대출에도 보증과 담보가 붙어 있어 설령 모든 대출이 부실화하더라도 은행이 원금 전액을 잃진 않을 것이고, 유예해준 금액도 4월부터 꾸준히 줄고 있어 금융회사들의 부담이 적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재연장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면 은행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