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방역수칙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국내 의료 시스템으로 감당하지 못할 만큼 확진자가 폭증해 경제적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 실내 50명 넘는 모든 시설 운영 금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9일부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방역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16일부터 서울과 경기에서 고위험시설 운영 금지 조항 등을 뺀 제한적 2단계 조치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방역 수준을 강화했다. 인천도 대상 지역에 포함했다. 방역당국이 6월 28일 국내 코로나19 방역 기준을 세 단계로 나눈 뒤 완전한 2단계 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말까지 수도권에서는 실내 50명 이상, 실외 100명 이상 모이는 모든 모임과 행사가 금지된다. 전시회와 박람회는 물론 각종 설명회, 공청회, 학술대회 등의 실내 행사에도 50명 이상 입장할 수 없다. 대규모 콘서트, 축제 등도 마찬가지다. 실내 결혼식장과 돌잔치 하객도 50명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 장례식장도 마찬가지다. 채용시험이나 자격증 시험은 한 교실 안에서 50명 미만으로 치러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행사 주최자는 물론 참석자도 3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입원·치료비 등에 대한 구상권도 청구한다.
다만 정부와 공공기관의 필수 활동을 위한 실내 모임은 50명을 넘을 수 있다.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 임금 협상을 위한 노사 간 회의 등도 인원을 제한하지 않는다. 손영래 중대본 전략기획반장은 “추가 지침을 내릴 계획인데 하객 규모를 중심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결혼식장은 식사 인원, 장례식장은 좌석 규모 등을 토대로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현장 혼란 불가피할 듯고위험시설 운영도 중단된다. 결혼식장 내 뷔페, PC방 등도 고위험시설에 포함돼 영업할 수 없다. 클럽 룸살롱 등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감성주점,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스탠딩공연장도 마찬가지다. 300명 이상 수용하는 대형 학원 역시 문을 닫아야 한다. 필수산업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해 유통물류센터는 운영을 허용하기로 했다.
집단감염이 확인된 서울 성북구 등의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다. 수도권 교회 예배도 모두 온라인으로 해야 한다. 교회의 모든 대면 모임과 행사, 단체 식사 등은 금지된다. 방역당국은 교회에 대해 사실상 집합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방역 대응을 높이기 위한 조치지만 주말 결혼식 예약자 등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위험시설의 영업 손실도 불가피하다. 손 반장은 “집합금지 조치를 한 고위험시설에 대한 비용 보조 문제와 모임 행사 금지로 인한 피해 중재 방안은 관계부처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방역조치 더 강화해야”방역당국은 당장 최고 수준인 3단계까지 높이진 않고 국내 확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3단계로 높아지면 10인 이상 모든 실내 모임이 중단되는 등 파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방역망의 통제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국내 경제와 민생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효과를 내려면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으로 방역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만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는 것은 부족하다”며 “선제적으로 3단계로 올리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