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은 "일본과 대화", 여권은 여전히 '反日 프레임'

입력 2020-08-18 17:42
수정 2020-08-19 00:15
김원웅 광복회장에 의해 촉발된 여권발(發) ‘반일(反日) 과거사 논란’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2차 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비상시기에, 정치권이 또다시 과거사 논란을 유발해 국론 분열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8·15 광복절 이후 불거진 과거사 논란의 한복판에 김 회장이 있다. 그는 건국의 기초를 놓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6·25전쟁 때 최전선에서 북한군과 싸운 백선엽 장군을 터무니없는 언사로 폄훼하고, 애국가까지 비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경선에 나선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이를 옹호했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돌아가는 논의와 주장, 소위 ‘친일파 파묘법’ 발의 등을 보면 또 한번 ‘반일 프레임’을 짜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여권의 반일 프레임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사실상 일본에 대화를 제의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對日) 메시지와 너무 달라 더욱 의아스럽다. 당장 국내에서 “여권의 진의가 뭔가” “국정과 외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라는 혼란과 우려가 제기될 정도인데, 일본은 차치하고 국제사회에 한국이 어떻게 비치겠는가. 정치권의 도를 넘은 과거사 부정과 선동적 민족주의 경향은 ‘선거·정치용’ 차원을 넘어선 위험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자극적 언사로 과거사를 편향적으로 꺼내드는 여권의 반일 프레임은 새삼스런 게 아니다.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정파적 위기감이 고조될 때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지도 오래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나라에서, 여전히 낡고 선동적인 ‘민족 마케팅’에 기대려는 것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일본이 우리에게 편한 이웃은 아니지만 양국은 인류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고, 평화·번영의 미래를 논의하는 동반자그룹에 함께 서 있다.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수출규제와 그에 따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파동’으로 양국 모두 적지 않은 손실을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대화 제안도 그런 비정상에서 벗어나자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여권 인사들이 정반대 행보를 보이니 무엇이 진짜 의도인지 궁금하다. 과거 공작·유도 논란에 휩싸이곤 했던 ‘북풍(北風)’만큼이나 국면전환용 ‘일풍(日風)’도 위험하고 허망하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