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적대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외교관계를 맺겠다고 해 세계를 놀라게 한 이스라엘이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도 같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정보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라디오방송을 통해 “UAE에 이어 다른 걸프지역 국가 및 아프리카의 무슬림 국가와도 수교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력 상대국으로 바레인과 오만, 수단과 모로코를 지목했다. 앞서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가 UAE에 이은 수교 대상국으로 바레인과 오만, 카타르를 예상하긴 했지만 고위 관료의 공식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중 가장 흥미로운 역할이 기대되는 국가는 오만이다. 오만은 미국뿐 아니라 이란과도 가깝게 지내며 양국 관계를 중재하는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UAE는 지난 13일 극적으로 관계 정상화를 발표한 데 이어 이날은 양국 외무장관끼리 전화통화를 하며 조만간 공식 석상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 UAE는 이스라엘 뉴스 사이트 접속 차단을 해제했다. 양국 직항 노선 개설, 민간기업 간 교류 등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야욕을 거두지 않으면서 중동 평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스라엘이 서안에서 철수할 생각이 없다고 발표했고, 군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UAE와의 수교를 대가로 서안 합병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과 팔레스타인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군의 수장인 모하마드 바게리 이슬람혁명군 경비대 사령관은 “UAE에 대한 이란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UAE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중개한 미국은 다방면으로 행동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5일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기 위한 절차인 스냅백을 발동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이날 유럽연합(EU)으로부터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에는 스냅백 조치를 할 권한이 없다”는 핀잔을 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이란의 우방국인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일가를 압박하는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