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점심시간 때 접했던 모습이다. 아마도 같은 부서 직원들이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던 모양이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중 한 사람은 목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열심히 걸음을 재촉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누구 한 명 뒤돌아보지 않았고, 힘겹게 뒤따라오는 그를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목발을 짚으며 무심히 앞서가는 일행의 뒤를 쫓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다.
비장애인에게 맞춰진 기준을 장애인에게 동일하게 적용해 결과적으로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이른바 ‘간접차별’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채용시험에서 청각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기준의 영어 검정시험 점수를 요구하는 것은 간접차별이다. 형식상으로는 지원 제한이 없더라도 듣기 능력 평가가 포함된 영어시험에서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점수를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조건의 다름을 외면하고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불공정이다.
우리나라 장애 인구는 약 26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중 장애인은 5697명으로 전체의 3.56%에 해당한다. 매년 소통 간담회를 통해 장애인 공무원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근무하면서 느끼는 불편함과 건의사항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자리인데,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있다. 장애인 채용을 확대하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는 잘 마련돼 있지만, 주위의 인식과 감수성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공직 내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좋은 제도를 만들고 운용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정부는 장애인 구분모집 확대, 채용시험 편의 제공, 근무 지원 등 다양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과 같이 일하는 동료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제도들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우리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원의 일부이며,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인식이 바로 설 때 ‘함께하는 사회’도 실현될 수 있다. 이제는 장애에 대한 일방적 편견을 거두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모두 서로를 인정하며 감수성을 기르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할 때다.
또 다른 점심시간의 모습이다. 가끔 휠체어를 탄 직원과 식사를 하러 가는 일행을 승강기에서 만나게 된다. 비장애인 직원과 휠체어를 탄 직원은 여느 무리처럼 웃음꽃을 피우며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보조를 맞춰가며 식당을 향해 이동하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어떤 거리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동행하는 풍경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