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엔터 40억…'옵티머스 투자' 뒤늦게 실토한 상장사들

입력 2020-08-17 16:55
수정 2020-08-18 09:45
상장회사들이 상반기 결산 보고서에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사실을 대거 실토했다. 5000억원대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가 중단되면서 투자금 손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아예 전액을 손실처리한 상장사도 여럿 나왔다. JYP도 옵티머스에 당했다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S그룹 계열사인 LS일렉트릭(옛 LS산전)은 옵티머스 펀드에 50억원을 넣었다고 반기보고서를 통해 처음 밝혔다.

LS일렉트릭 자회사인 LS메탈은 지난 1월 NH투자증권을 통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2개 펀드에 가입했다. 해당 펀드들은 지난달 16일과 21일 각각 만기가 돌아왔다. LS일렉트릭 측은 “현재 판매사를 통한 환매가 중단된 상황이라 일단 15억원을 공정가치 측정에 따른 금융자산 평가손실로 반기 손익에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등을 제작한 드라마 제작업체 에이스토리는 옵티머스 펀드에 90억원을 넣었다. 지난해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에이스토리는 올 상반기 매출 44억원에 순손실 96억원을 냈다. 순손실 규모가 큰 건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 전액을 평가손실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에이스토리 측은 “해당 펀드의 회수 가능액을 신뢰성 있는 금액으로 추정하기 어려워 장부가액 전액에 대해 평가손실로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주주들 사이에선 “에이스토리 상장주관을 맡았던 NH증권이 기업공개(IPO)를 인연으로 옵티머스 펀드 가입을 권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속한 유명 연예기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도 옵티머스 펀드에 4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사는 NH증권이었다. JYP엔터는 일단 투자원금의 30%를 평가손실로 처리했다.

지난해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20억원을 투자했던 넥센타이어 모기업 (주)넥센은 옵티머스 펀드에도 31억원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넥센은 라임 펀드에 대해선 이미 10억원가량을 평가손실로 반영했다.

대동스틸(20억원), 한국가구(10억원), 경동제약(5억원), 픽셀플러스(액수 미공개) 등도 옵티머스 펀드 투자내역을 반기보고서를 통해 알렸다.

앞서 옵티머스 펀드에 300억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을 지난 6월 공개한 에이치엘비는 반기보고서에서 투자금 전액을 대손비용으로 처리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로) 회사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직접 사재를 출연해 손실을 막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판매사와 소송전 잇따를 듯옵티머스자산운용은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펀드 자금을 모은 뒤 부실 비상장사 사모사채로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옵티머스 사기를 당한 상장사들이 투자금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장사는 개인들과 달리 전문투자자로 분류돼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보호를 상대적으로 받지 못한다.

일부 투자자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6월 말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법리를 적용해 전액 배상 결정을 내린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옵티머스 펀드는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달리 판매 당시엔 손실이 확정됐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법조계에선 옵티머스의 경우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하는 건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액 배상을 이끌어내려면 결국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의 사기 혐의를 입증하긴 쉽지 않다.

일부 기업은 아예 판매사와 운용사 등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달 판매사인 하이투자증권을 상대로 300억원 규모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