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오일머니’로 2분기에 집중 투자한 종목은 무엇일까요. PIF는 지난 1분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가가 급락했던 보잉, 씨티그룹, 페이스북, 디즈니 등 미국의 블루칩을 쓸어담았습니다. 그런데 2분기에는 주식을 내다팔고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 투자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ETF 3종에 5.5조 투자PIF가 공개한 2분기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ETF 3개가 끼어 있습니다. 46억5364억달러어치(약 5조5000억원)입니다. 미국 금융회사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운용하는 SPDR ETF 시리즈 중에서 미국 부동산투자신탁을 주로 담은 ETF(The Real Estate Select Sector SPDR Fund·티커 XLRE), 미국 유틸리티기업에 투자하는 ETF(Utilities Select Sector SPDR Fund·XLU), 미국 원자재와 기초소재 등 기업을 담는 ETF(Materials Select Sector SPDR Fund·XLB)입니다. 지난 1분기 포트폴리오에는 이들 ETF가 없었습니다.
노무라증권의 타렉 파드랄라 중동지역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PIF와 일반 국부펀드의 투자 행태가 다르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부펀드 대부분이 장기투자 성향이라면, PIF는 보유기간을 짧게 가져가며 거래를 자주 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PIF가 2분기에 수수료가 낮아 매매하기 부담없는 ETF에 집중 투자한 이유 중 하나로 추정됩니다. 코로나19로 저가쇼핑한 주식, 몇달 만에 팔아 차익PIF는 코로나19 우려가 한창이었던 지난 3~4월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기둥뿌리를 뽑다시피 하며 미국 우량주 집중 투자에 나섰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재정 사정이 아주 좋지는 않았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는 PIF에 외환보유액 중 400억달러를 투입했습니다.
이 자금으로 PIF는 보잉, 씨티그룹, 페이스북, 메리어트, 월트디즈니,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블루칩을 집중 매수했습니다. 코로나19로 주가가 바닥을 쳤을 때 투자를 집행했고, 주식 투자에 76억달러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PIF를 이끄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아비아 왕세자는 코로나19에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대담한 주식투자자 중 하나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PIF는 1분기 때 사들인 블루칩 중 상당 부분을 2분기에 정리했습니다. 페이스북, 메리어트, 보잉,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식과 유럽의 BP, 로열더치셀 주식을 처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분기 중 PIF가 처분한 상장 주식 규모를 55억달러 가량으로 계산했습니다.
PIF는 공연기획사인 라이브 네이션, 크루즈 회사인 카니발, 캐나다 자원회사인 선코르 에너지 등의 지분은 2분기 중 늘렸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주식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에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인도의 지오플랫폼에 15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비상장사 투자에도 열심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투자가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비전펀드와 우버 투자는 마이너스 상태입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