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밀수품 등을 가려내기 위해 드론(무인항공기) 10대를 도입했지만 성능 문제로 단 한 건의 위법행위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규정상 정부 부처 등은 국내 중소기업 드론만 쓸 수 있어 실력이 부족한 회사가 납품업체로 선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의 ‘2019회계연도 결산 기획재정위원회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관세청은 관세법 위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드론 10대를 매입했다. 통합관제시스템 등을 포함해 사업비는 6억원 규모다.
관세청은 올해 2월부터 실제 드론 운용을 시작했으나 두 달 만인 4월부터 6월 말까지 리콜에 들어갔다. 드론 조종기와 기체 간 송수신 전달 오류로 전복되는 등 성능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드론 본격 운용 이후 4개월간 운용일수는 19일, 총 운용시간은 9시간25분에 불과했다. 드론으로 위법행위를 확인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
예정처는 이 같은 성능 문제가 발생한 건 정부 지침상 정부 및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이 제작한 드론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공공기관이 쓰는 드론은 중소기업 제품으로 한정돼 있다. 예정처는 “정부 및 공공기관은 국내 중소기업에서 제작한 드론만 구입할 수 있어 경험이 부족한 업체가 계약업체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납품업체는 작년 하반기부터 산업용 드론을 정부 등에 납품하기 시작한 기업이다.
예정처는 관세청 드론운용 담당자의 말을 인용해 “현재 해당 업체의 드론을 도입한 군부대 등 다른 기관에서도 이유 없이 드론 기체가 추락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조작의 용이성, 전파간섭으로부터 안정성이 떨어져 실제 감시업무에 활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전했다.
야간 운용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내 보험회사는 해당 드론 기종의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야간 운용으로 인한 인적·물적 사고분에 대해서는 보험 보장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세 국경에서 범법 행위가 자주 발생하는 야간에는 정작 드론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중요하지만 사업 수행에 필요한 기술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제품을 구매하면 결국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는 게 예정처의 분석이다.
예정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드론과 같은 국내 신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국산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활용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정부 사업 수행에 필요한 기술수준 등을 함께 고려해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