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분위기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코로나19가 종식돼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게 산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한동안 ‘위드(with) 코로나’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장기 경기 침체에도 버티려면 결국 글로벌 경쟁자를 이겨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신기술과 신제품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감한 투자로 코로나 뛰어넘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산업에서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는 전략을 택했다. 이른바 ‘초격차 전략’이다. 경쟁업체들과의 격차가 넉넉히 벌어지면 코로나19를 비롯한 외부 변수에 대응하는 것이 더욱 쉬워진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17조1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했는데, 이 중 14조7000억원이 반도체에 투입됐다. 경기 평택 사업장 2라인에선 지난 5월부터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대중화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5월 평택 파운드리 라인 공사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2019년 경기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극자외선) 기반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제품 양산을 시작한 이후 초미세 공정을 적용한 라인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LG도 미래 기술에 대대적으로 투자한다. LG전자는 5세대(5G) 통신을 넘어 6세대 통신에 투자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1월 KAIST와 6G 연구센터를 국내 최초로 설립했고, 최근에는 KAIST 및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6G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3개 기관은 6G 원천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및 운영, 주파수 발굴 등을 위해 힘을 모을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연구개발(R&D) 혁신을 위한 ‘이노베이션 카운실’을 신설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페이팔, 시스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정회원으로 들어왔다.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의장을 맡았다. LG전자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R&D 협업이 시작된 셈이다. 달라진 환경…발 빠르게 적응해야
현대·기아자동차는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제품 라인업과 판매 방식 등을 바꾸고 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미국과 인도에서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했다. 비대면 구매 시스템인 ‘클릭 투 바이’를 대형 시장으로 확대 적용했다. 이 플랫폼은 2017년 영국에 처음 도입했으며, 작년까지 소규모 시장에서만 활용됐다. 인도의 클릭 투 바이 누적 방문자 수는 150만 명에 달하고 문의 건수는 2만 건을 돌파했다. 실제 계약도 2000건 가까이 이뤄졌다. 미국의 딜러 95% 이상이 클릭 투 바이를 활용하고 있다. 기아차도 올해 범유럽 온라인 판매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부 차량 공기 질을 개선해 탑승자의 호흡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컬리티 에어’ 기술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신차에 이 기술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SK그룹도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드라이브스루 개통 서비스’를 도입했다. SK텔레콤은 코로나19로 각종 오프라인 행사 개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 13일 ‘갤럭시노트20 5G 드라이브스루 행사’를 열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초고화질 그룹 영상통화 서비스 ‘미더스(MeetUs)’도 3일 출시했다. 언택트 시대에 영상통화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했다. 미더스를 활용하면 최대 100명이 동시에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그룹 영상회의와 비대면 교육을 위한 다양한 기능도 있다.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통화가 동작되는 모든 구간에 암호화를 적용했다. SK텔레콤은 최근 신입 공개채용 면접에 미더스를 활용하기도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