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확산되는 전세난

입력 2020-08-17 15:07
수정 2020-08-17 15:09
“요즘은 매매는 없고 전세만 찾네요. 전세 매물이 아주 귀합니다.”(충북 청주시 복대동 Y공인 관계자)

청주 복대동 세원느티마을아파트(526가구)는 요즘 전세 매물이 1개에 불과하다. 매매 물건은 19개 나와 있지만 전세 매물은 턱없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세가가 매매가격만큼 뛰었다. 전용면적 59㎡의 매매 호가가 1억4000만~1억6000만원인데 전세 호가도 비슷한 1억6000만원대다. 매매가격이 소폭 내린 반면 전세는 2000만~4000만원가량 상승, 전세가격이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이 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난이 지방으로 옮겨붙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일련의 대책들이 전세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10일 기준) 지방의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0.17% 오르며 상승세가 42주 연속 이어졌다. 대전(0.40%) 울산(0.36%) 등 지방광역시는 물론 충북 충주(0.36%), 충남 공주(0.67%)·아산(0.42%)·예산(0.45%), 경남 창원 의창구(0.41%) 등 지방 중소도시도 많이 뛰었다.

매물은 줄고 있다. 100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 매물은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938가구의 충남 천안 쌍용동 해누리선경아파트는 전세 매물이 4개밖에 없다. 매매 매물은 39개에 달한다. 경남 창원시 대방동 개나리1차는 1000가구가 넘지만 전세 매물은 9개에 불과하다. 인근 920가구의 대방덕산타운도 전세 매물은 3개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으로 전세난이 지방 아파트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세율을 높인 ‘7·10 부동산대책’의 유탄을 맞아 매매가는 내려갔다. 하지만 곧이어 ‘임대차 3법’이 나오면서 전셋값은 올랐다.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서울보다는 수도권, 수도권보다는 지방 주택을 먼저 내놓으면서 매매 매물은 많아졌지만 임대차 3법 이후 전세 물량은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주 복대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매매 전망도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매매 수요자들이 거의 대부분 전세 매물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귀띔했다. 창원 대방동의 K공인 대표도 “집주인들은 임대차 3법으로 인해 전세를 놓으면 매매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전세 놓는 것을 꺼리거나 값을 많이 올려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에 비해 세입자들은 매매시장이 불안하다고 여겨 전세만 찾는 분위기”라고 했다.

전세를 구하는 수요자들은 난감한 처지다. 경남 김해에서 청주로 이사해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 이모씨(29)는 “직장 때문에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전세가 없어서 큰일”며 “지방은 집값이 내린다고 해 매매에는 관심이 없는데 이삿날은 다가오고 마땅한 전셋집은 없어서 막막하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