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 35만원짜리 포터블 스피커로 '플렉스'하기 [배성수의 다다IT선]

입력 2020-08-17 07:00
수정 2020-08-17 09:39

고가의 물품을 구매하고 이를 과시하는 소비행태인 '플렉스' 문화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기 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에 중점을 두고 명품 브랜드 등 비싼 제품을 사용하면서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심리입니다.

신기술이 밀물처럼 계속 들어오는 정보통신(IT) 업계를 취재하지만, 여전히 '가성비가 최고다'라는 마음을 한 켠에 가지고 있는 저도 이번 여름 휴가 콘셉트는 최신 트렌드에 맞게 나름대로 플렉스로 정해봤습니다. 제 플렉스는 고가의 제품을 앞세우는 '사운드의 명가' 뱅앤올룹슨 제품으로 해봤습니다.

제가 카라반 캠핑장 여행 도중 체험해본 제품은 뱅앤올룹슨의 포터블(들고 다닐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 '베오사운드 A1 2세대'입니다. 회사 측은 "등산,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에서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무게를 줄이고 사용 편의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설명대로 A1 2세대의 장점은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한 제품이었습니다. 우선 성인 남성 한 손 안에 잡히는 크기입니다. 무게는 558g에 불과해 여성과 청소년도 한 손으로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습니다. 또 손목이나 벽에 걸 수 있는 가죽 스트랩도 유용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방수가 무리 없는 'IP67' 등급을 갖춰 아웃도어 활동에 용이한 것도 특징입니다.

배터리도 길었습니다. 제가 음량을 낮음~중간 정도에서 제품을 3시간동안 사용해보니 7퍼센트의 배터리가 소모됐습니다. 뱅앤올룹슨은 "최대 18시간의 재생시간을 지원하며, 음량을 줄이면 최대 43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화 수발신도 가능합니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립니다. 알루미늄 소재의 돔 모양 디자인은 좋게 말하면 "심플해 고급스럽다"이고, 반대로 말하면 "별 특징이 없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하단 부분은 어느 곳에 두어도 미끄러지지 않는 소재로 돼 있어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안정감 있게 놓여 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음향은 한 쪽 방향으로 송출되는 일부 스피커와 달리 모든 방향으로 소리가 나오는 게 특징입니다. 소리가 전 방향으로 나오니 스피커를 가운데에 두면 모든 사람들이 균형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차량 가운데에 둬보니 차 안 전체로 사운드가 골고루 퍼져나가 누구 한 쪽이 더 크게 들리거나 더 들리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소리를 가장 크게 키우면 웬만한 대형 스피커처럼 실내를 꽉 채우는 사운드를 냅니다. 블루투스 스피커 치고는 사용된 악기들이 명확하게 분리돼 선명하게 들린다는 점은 눈에 띄었습니다.

사운드를 낮추면 베이스가 보다 선명하게 들리는데, 현란한 음악보다는 차분하고 분위기 있는 노래가 가장 좋게 들렸습니다.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세부 사운드도 세팅이 가능합니다. 뱅앤올룹슨은 "선명한 시그니처 사운드가 특징"이라고 제품을 소개했습니다.

A1 2세대는 전작을 포함해 뱅앤올룹슨 제품 중 처음으로 아마존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를 지원한다지만, 국내에선 사실상 사용이 어렵습니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국내 지원은 향후 업데이트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걸림돌은 35만8000원에 달하는 가격입니다. 분명 다른 제조사들의 포터블 블루투스 스피커 대비 비싸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