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다세대·연립주택) 시장에서도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과 전셋값이 모두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이날 기준 7005건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7월(3644건) 대비 92% 급증했다.
지난달 거래량은 2008년 4월(7686건) 후 12년3개월 만의 최대치다. 주택 거래를 하면 30일 내 신고하기 때문에 지난달 거래는 이달 말까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자치구별 거래량을 보면 은평구가 8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서구(798건) 양천구(500건) 강북구(434건) 송파구(377건) 등의 순이었다.
빌라 거래량이 급증한 것은 집값이 급등해 아파트를 사려고 더 미루다간 내집 마련을 영영 못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정부는 23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뛰어오르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달 31일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보호법까지 시행되면서 전세 시장에서는 매물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아파트는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대출규제 강화로 접근이 어려워졌다”며 “대체 상품인 빌라로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6·17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막았다. 하지만 빌라는 이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서울 빌라 거래가 6월부터 급증한 이유다. 올해 1~5월까진 매월 3000~4000건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또 ‘7·10 대책’에서 아파트에 대한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 폐지됐지만 빌라 등은 그대로 유지된다.
거래가 늘면서 빌라 가격도 오름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7월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5% 상승했다. 올해 최대 상승폭이다. 서울 전체 다세대·연립주택의 중간값인 중위매매가격은 7월 2억3336만원을 기록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는 아파트 전세를 못 구해 오피스텔이나 빌라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다”며 “그만큼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최진석/장현주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