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63·사진)이 3연임을 포기하고 행장직을 내려놓는다.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2연임만 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16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박 행장은 이달 말 행장직, 오는 10월에는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퇴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행장은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합병으로 2004년 탄생한 한국씨티은행의 두 번째 은행장이다. 2014년 취임한 이후 2017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원래 예정된 임기는 10월 27일까지였다. 한국씨티은행은 18일 이사회에서 은행장 직무대행을 선임할 예정이다. 차기 은행장은 이후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박 행장은 지난 6년간 한국씨티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는 ‘영업점 다이어트’로 체질 개선을 이뤄내기도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2017년 영업점을 70% 넘게 줄였다. 디지털화로 대면 거래가 급감한 데 따른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다. 133개이던 점포를 43개까지 줄이는 대수술이었지만 결과는 좋았다.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없이 임차료 등 관리비만으로 연 100억원가량을 아꼈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은 올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금융권 일각에서 상반기 실적 부진이 박 행장의 퇴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유다. 한국씨티은행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96억원)과 비교해 46.9% 줄었다. 올 2분기 순이익은 303억원으로 전년 동기(769억원) 대비 72.4% 감소했다. 반면 또 다른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은 상반기 순이익이 21.1% 늘었다. 비이자수익 증가폭은 한국씨티은행(57.8%)이 SC제일은행(25.69%)보다 컸지만, SC제일은행의 이자수익이 0.17% 증가할 동안 한국씨티은행은 4.6% 줄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서울 다동 사옥을 매각하고 본점을 신문로 사옥으로 이전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에 반영된 본점 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2분기 총수익은 0.7% 감소에 그친다”면서도 “박 행장의 퇴임 결정은 자발적인 은퇴로 상반기 실적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