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여심을 사로잡기 위한 게임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이 여성을 겨냥해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감성적인 스토리를 앞세운 신작들을 내놓고 있다. 게임사들이 여성 이용자 비율이 높은 모바일 게임의 문법을 제대로 파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심 겨냥한 신작게임 잇따라그라비티는 지난달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라그나로크 오리진’을 선보였다. 사냥, 격투 등이 부각된 기존 MMORPG와 다르게 패션, 요리, 댄스페스티벌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았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도 개성 있고 귀엽게 느낄 수 있는 그림체로 디자인했다. 젊은 여성층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다. 류정민 라그나로크 오리진 프로젝트매니저는 “라그나로크 오리진을 기획할 때부터 어떻게 하면 여성 이용자들을 끌어올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에 출시된 넥슨의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캐릭터 레이싱 게임이다. 귀여움을 강조한 2등신 캐릭터들이 레이싱을 펼치는 내용이다. 지난달에는 라인프렌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게임에 등장시켰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도 같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지향했다는 게 넥슨의 설명이다.
넥슨이 지난달 내놓은 ‘바람의나라:연’도 간단한 조작, 아기자기한 아이템 등 여성 이용자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적용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지난달 신작 ‘가디언 테일즈’는 MMORPG임에도 여성들이 선호하는 아케이드 게임 요소를 다수 담았다.
업계에선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특성을 잘 분석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따르면 모바일 게임에서 여성 이용자의 비율은 49.3%로 50.7%인 남성과 비슷한 수준이다. 남성 비율(65.3%)이 압도적으로 높은 PC게임 시장에 비해 여성 이용자 수가 많다.
PC게임에 익숙했던 게임사들은 그동안 모바일 게임에서도 리니지M 시리즈(엔씨소프트), 뮤 아크엔젤(웹젠) 등 남성을 타깃으로 한 전통 MMORPG를 많이 만들어왔다. PC에서 MMORPG를 즐겼던 고객층을 흡수해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용자의 절반인 남성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다. 너무 많은 게임이 출시되기도 했다. 현재 구글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MMORPG는 600여 종에 달한다. 게임사들이 여성 이용자에게 눈을 돌리는 이유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나온 신작들은 여성을 포함한 두 배 넓은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연 확장으로 매출도 쑥쑥실제 이들 게임은 여성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여성 이용자 비율은 51%에 달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과 바람의나라:연은 각각 35%, 40%가 여성 이용자였다. 반면 MMORPG의 대표 격인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여성 이용자는 3~4%에 그쳤다.
외연확장 전략을 통해 좋은 성적도 거두고 있다. 바람의나라:연은 16일 기준 구글스토어 모바일게임 매출 2위에 올랐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은 4위, 가디언 테일즈는 5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9위였다.
게임사들은 여성 이용자를 겨냥한 게임을 꾸준히 내놓을 예정이다. 넷마블은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라의 캐릭터를 활용한 ‘제2의 나라’를 하반기에 선보인다. 넷마블은 엔터테인먼트사 빅히트와 손잡고 연내 ‘BTS 유니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윤을정 신영증권 연구원은 “여성 이용자들의 흥미를 끌 만한 게임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며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