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與 "공매도 금지조치 연장 추진"

입력 2020-08-16 15:29
수정 2020-09-29 15:13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음달 종료 예정된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를 연장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공매도를 재개하기 전에 몇 가지 선결 조치가 따라야 한다”며 “외국인과 기관에 기울어진 시장을 개인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런 의견을 공매도 허가권자인 금융위원회에도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뤘다. 한경이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전수조사한 결과 의원 13명(위원장 제외) 중 8명이 연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명은 의견 표명을 유보했다. 반대 의견은 한 명도 없었다. 금융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학 개미 지지’ 발언에 이어 여당의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공매도 금지 연장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위는 공매도 금지가 끝나는 다음달 15일 전에 회의를 열어 연장 여부를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권의 공매도 연장 의견과 관련해 “종합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코스피200 종목 등 시가총액 규모가 큰 대형 종목에만 공매도를 허용하는 ‘홍콩식 공매도’를 벤치마킹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홍콩은 1994년부터 시가총액이 30억홍콩달러 이상이고 12개월 시가총액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에만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현행 업틱룰의 예외 조항을 축소하는 등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는 조치를 강화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업틱룰은 공매도로 주식을 팔 때는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문을 낼 수 없게 하는 일종의 가격 하락 안전장치다. "상승장에 찬물 끼얹을라"…與, 공매도 제한법안 줄줄이 발의정치권 내 공매도 제한 연장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매도 금지를 추가 연장하고 불법 공매도에 강력한 법적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변동성 확대를 막기 위해 다음달 15일까지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현재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16일 “공매도를 제한할 때의 상황과 현재 상황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위험이 개선됐는지 봐야 한다”며 “지금 공매도 재개는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전날 “이 지사 주장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주가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오히려 이익을 보는 세력이 판을 치도록 방치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거나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공매도 허용 종목을 대형주 위주로 제한하고 업틱룰 예외를 축소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업틱룰은 공매도로 주식을 팔 때는 시장가보다 낮게 주문을 낼 수 없게 하는 일종의 가격 하락 안전장치다. 박용진 의원도 “구조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정보접근성 및 공매도 참여에서 불리하다”며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법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의하고자 한다”고 했다. 홍성국 의원은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에 대한 형사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 10일 발의했다.

공매도는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만 접근할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시장(유가증권시장+코스닥) 공매도 거래액 103조4936억원 가운데 외국인의 거래액 비중은 62.8%(64조9622억원), 기관 비중은 36.1%(37조3468억원)로 집계됐다. 개인은 1.1%(1조1761억원)에 불과했다.

다만 여당은 일각에서 고개를 드는 공매도 완전 폐지론에는 선을 그었다. 이 지사는 “공매도는 분명히 순기능이 있다”며 “시장여건이 갖춰지면 적정 시장가격 조율, 과열 시 버블 방지, 유동성 공급 등 공매도의 순기능이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박용진 의원도 “침체에 빠진 실물경제를 반영하지 않고 과열 우려를 안고 있는 주식시장 상황에 공매도의 순기능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야당 일각에서 공매도 제한 조치 연장에 난색을 보이는 점은 여당에 부담이다. 정무위 소속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한시적 금지 조치를 계속 연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매도 불허 상태에서 시장이 계속 상승하는 것을 정상적인 상태로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소현/조미현/성상훈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