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청산' 논란에…진중권 "김원웅이 어떻게 광복회장을"

입력 2020-08-16 15:02
수정 2020-08-16 15:04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논란을 빚고 있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청산' 기념사에 대해 "다분히 정치적"이라면서 민주당에 두 가지 대답을 요구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원웅 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거론하며 "민주당에서는 두 가지를 대답해야 한다"면서 "애국가를 공식적으로 폐기할 의사가 있는지. 앞으로 국립묘지에서 박정희도 파묘할 것인지, 이 두가지 물음에 공식적으로 답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애국가는 우리 민족이 한국전쟁 때, 70년대 민주화 운동 때, 광주 5·18 항쟁 때도 불렀다. 박정희도 만주군관학교 들어가려고 혈서까지 쓴 악질 친일파"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원웅 회장은 전날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와 결탁하면서 우리 사회가 친일 청산을 완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면서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 폐기를 사실상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친일파 국립묘지 파묘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교수는 "김원웅 씨는 전두환이 만든 민정당 출신이다. 광주학살의 원흉들에게 부역한 전력이 있는 분이 어떻게 '광복회장'을 할 수 있느냐"면서 "이러니 대한민국 역사가 왜곡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를 바로 세우려면 친일파들은 물론이고 군부독재, 학살정권의 부역자들도 철저히 청산해야 한다"면서 "부역자들이 출세하도록 방치하는 한, 대한민국은 기회주의자들이 판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원웅 회장을 겨냥해 "역사와 보훈의 문제를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만드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이 논의는 역사학계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백선엽처럼 친일을 했으나 한국전쟁에서 공을 세운 이들, 김원봉처럼 독립운동을 했으나 북한정권 출범에 도움을 준 이들처럼,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명과 암의 이중 규정을 받는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런 애매한 경우에 '보훈'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논의에 맡기고, 거기서 도출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처리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또 "법을 만들더라도 그 합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문제를 의회다수의 힘으로 해결할 경우 정권 바뀔 때마다 파묘 했다 안장했다 다시 파묘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원웅 씨의 도발적 발언은 다분이 정치적"이라고 평가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지지율이 떨어지니 다시 '토착왜구' 프레이밍을 깔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역사와 보훈의 문제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그 경박함이야말로 역사 바로 세우기를 위해 제일 먼저 척결해야 할 구태"라고 꼬집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