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기각’ 판결이 난 사건을 2심에서 공소기각을 취소하고 직접 본안 심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형사소송법 366조에 따르면 공소기각 등의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할 때는 사건을 원심법원에 보내야 한다. 즉 2심이 직접 판단을 할 것이 아니라 1심부터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 (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약품 제조업체 연구소 부소장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1심 법원인 수원지법 성남지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기각이란 소송 요건 등에 절차적 하자가 있는 경우 재판부가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을 뜻한다.
A씨는 2012년 6월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칠레산 로즈힙 분말을 ‘기능성 원료’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하면서 관련 논문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첨부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A씨가 논문을 허락 없이 쓴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법에서 정한 기간이 지나 고소의 효력이 없다며 소를 기각했다. 저작권 침해 중에서도 영리 목적이 아닌 저작권 침해는 친고죄에 해당하는데 친고죄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한다. 해당 논문 저작권자는 논문이 사용된 사실을 알고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뒤 고소했다.
2심은 이를 깨고 A씨가 논문을 사용한 것이 ‘영리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A씨가 식약처로부터 인증을 받으면 로즈힙 분말을 이용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할 수 있으므로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씨가 논문을 직접적인 이익을 위해 썼다면 이는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 2심 재판부는 본안을 직접 심리한 뒤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을 뒤집었다. 우선 공소기각을 취소한 원심의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고 봤다. A씨의 행위를 유죄 취지로 판단한 것이다. 다만 2심이 1심을 취소하면서 직접 본안 심리를 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1심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하면서도 사건을 1심 법원에 보내지 않고 직접 심리한 후 유죄를 선고한 것은 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