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NH 사람들

입력 2020-08-15 11:00
수정 2020-08-15 11:06

범(凡) 농협에 소속된 고참 직원이라면 농촌에서 웬만한 일꾼 한 사람 몫은 거뜬하다. 파종철과 수확철에 매년 농촌 봉사를 가다보니 도시 출신이라해도 농촌에서 일한 경험이 많은 탓이다.

농협 직원 중에는 농촌 봉사활동이 이미 백번에 달한다는 사람도 많다. 그동안 ‘농촌 일머리’가 생긴 것이다.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 및 산하 기업체, 지역조합, 농협상호금융, 농협금융 등의 범 농협 직원 수는 2만8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평소 영농철 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농촌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최근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등 범농협이 농촌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팔을 걷어붙였다.전국을 할퀴고 간 수마(水魔)로 특히 업(業)의 근간인 농촌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미 농협 직원들은 수해 이전에도 농촌 지원에 바빴다. 코로나19로 이후 국경이 막히면서 농촌 일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막혔기 때문이다.


근간인 농촌이 흔들린다…수해복구 지원 나서

발빠르게 나선 건 농협상호금융이다. 지난 6일 경기 안성시에서 일손돕기 활동을 전개했다. 이재식 농협상호금융 대표이사를 비롯한 직원 30여명이 집중호우로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복구하고 배수로 토사제거 작업을 실시했다.

이재식 대표는 “집중호우 피해자를 대상으로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기존 대출 기한연장 및 재대출 이자 납입 유예 등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피해복구 여신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농협금융도 즉각 일손돕기에 나섰다. 지난 7일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수해로 어려움을 겪은 경기 이천시의 화훼농가를 방문해 피해복구 지원을 벌였다. 김 회장은 농가를 직접 찾아가 파손시설 정비, 화분 나르기, 하우스 환경정비 등 활동을 통해 농민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애로사항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 전 임직원이 합심하여 집중호우 피해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농협 직원들은 주말을 잊고 범 농협 차원의 릴레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농협중앙회 농업농촌지원본부 여영현 본부장과 직원, 가평군 관내 농협 임직원들이 경기 가평군 농가를 찾아 옥수수 등 피해작물 수거와 농수로 정비작업, 주변 환경정리 등을 하며 재해복구 활동을 했다.


농협중앙회, 집중호우 피해 지원에 조직역량 집중

농협중앙회 차원의 대책도 즉각 마련됐다. 농협중앙회는 10일 조속한 피해복구 및 농업인 지원을 위한 무이자자금 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의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집중호우 피해가 큰 경기, 충청 지역 곳곳을 방문한 뒤 바로 내놓은 지원 방안이다.

피해농가 당 무이자 대출 1000만원을 지원하고, 임직원 성금을 모으며 피해복구인력을 1만명 이상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각종 농산물 시세가 널뛸 것에 대비해 수급 대책도 준비했다. 집중호우 피해복구 지원에 조직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농협중앙회는 연말까지 농업재해 지원을 위한 무이자자금을 1조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릴레이 봉사활동도 계속됐다. 11일에는 농협경제지주 임직원들이 경기 안성시 딸기 농가를 방문해 하우스 내부로 유입된 토사를 제거하고 파손된 비닐을 교체하는 작업을 벌였다. 피해농가 박영근 대표는 “피해복구를 위한 일손이 부족한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12일에는 농협축산경제가 나섰다. 갑작스럽게 물이 불어나면서 축산농가의 피해가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 농협이 집계한 결과에 지난 11일까지 전국 축산농가 1335호가 피해를 입었다. 피해 규모는 한우 1000두, 돼지 6500두, 닭 100만마리에 달한다. 농협축산경제 임직원들은 특히 피해가 컸던 전라지역의 축산농가의 피해현황을 집중 점검했다. 2차적인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전기안전점검과 피해 가축 치료 등의 수의 진료를 실시하는 활동도 전개했다.

창립 기념식 대신, 2차 피해 막기에 총력

수해가 지나간 자리에는 병충해와 전염병이 날뛴다. 다행스러운 건 과거와 달리 사람이 대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농협은 8월 14일 창립 기념식을 취소했다. 대신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3일 경기 이천시를 찾아 대한적십자사에 10억원을 기부하고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활동을 벌였다. 임직원들은 병해충 방제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고, 일손돕기 행사를 실시했다.

현장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병해충 방제 작업도 이어졌다. 농협은 호우 피해지역에 세균성 유행병과 해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집중호우 피해지역에 농약 및 영양제를 최대 50% 할인 공급하고, 농협이 보유한 무인헬기, 드론 및 광역살포기를 총동원해 집중 방제를 할 계획이다.

양수기 390대, 구호키트 3000세트 등 이재민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피해농가 및 농축협에 각종 금융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성희 회장은 “창립기념 행사보다는 현장을 찾아 농업인의 아픔을 함께 하는 것이 농협 창립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새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금융도 현장·금융 지원 집중 나서

농협은행을 비롯해 카드, 생명, 증권 등 농협금융지주 계열사들도 농촌 일손돕기에 한창이다. 농협은행은 복숭아 농가 및 유통현장 방문을 벌였고, 3000여명의 임직원을 파견하는 릴레이 봉사단을 마련했다. 피해를 입은 농업인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자금 5억원 이내, 가계자금 1억원 이내의 피해복구 대출자금을 우대금리로 지원하며, 기존 대출에 대한 이자 및 할부상환금을 최장 12개월간 유예하는 조치를 펴고 있다.

농협카드는 지난 12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경기 안성시의 멜론 농가를 방문해 재해 복구를 위한 일손돕기에 나섰다. 농협카드 임직원 30여명은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걷어내고 농작물에 쏟아진 토사를 제거하는 등의 복구작업을 실시했다. 농협카드는 피해를 입은 농업인들에게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대금 청구일을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는 청구 유예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김인태 부사장 및 임직원 봉사단 30여명은 지난 13일 경기 파주시 딸기 농가를 방문해 복구 작업 지원활동을 펼쳤다. 파주엔 지난달 말일부터 평균 497.8mm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다. 김 부사장은 “집중호우로 인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계신 현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며, “농협금융 전 계열사가 합심해 피해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훈/박진우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