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채권이 뭐길래…은행들 올해만 5조원 이상 발행 '러시'

입력 2020-08-14 13:55
수정 2020-08-14 14:01
국내 은행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금융지주사 차원에서 지속가능경영을 표방하면서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사들이 코로나19와 폭우 피해 관련 금융지원을 늘리는 가운데, 하반기 발행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벌써 지난해 80%…코로나19·폭우피해 지원 자금확보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기업 등 국내 6대 은행이 올들어 ESG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금액은 약 4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각종 원화 ESG채권과 달러(12억달러) 및 유로화(5억유로) 표시 채권을 합산한 수치다. 7개월여 만에 지난해 ESG채권으로 조달 금액인 4조9500억원의 80% 수준을 넘어섰다.

ESG채권이란 발행자가 조달한 자금을 환경, 사회적 사업, 지속가능성 등에 한정해 사용하겠다는 것을 확약하는 특수목적 채권을 통칭한다. 공모 혹은 사모로 조달한다는 점, 상환우선순위에 따라 선·후순위 혹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등으로 나뉜다는 점도 일반 채권과 같다. 다만 조달 자금을 ESG목적으로 명기에 발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사용처에 따라 그린본드, 소셜본드, 지속가능채권으로 나뉜다.

전체 은행을 합치면 발행규모가 올들어서만 5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민간은행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이 5월 1조원 규모의 소셜본드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발행 당시 조달자금을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고용안정에 기여하는 기업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 ESG채권 투자가 ‘대세’로 ESG채권을 발행하면 건강, 안전, 고용 등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은행이라고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은행들의 ESG채권 발행 역사는 2~3년에 불과해 아직 발행량 면에선 글로벌 금융사 수준에 못 미친다. 일반 은행채에 비해 조달 금리 면에서도 크게 매력적이진 않은 것으로 발행이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은행채를 사들이는 글로벌 투자가들 사이에서 ESG투자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기관투자가, 자산운용사들은 전체 채권 매입량 중 ESG채권 투자를 사들일 비중을 정해놓거나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기업은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하고, 평균을 밑도는 회사는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UN 책임투자원칙 네트워크에 따르면 세계 ESG 운용자산은 2016년말 61조달러에서 지난 4월 105조달러 규모로 대폭 늘어났다.

이에 발맞춰 국내 은행도 ESG채권 발행을 활발히 늘리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다. 국민은행은 ESG관련 이슈 대응을 위해 지난 4월 ESG기획부를 신설하고, 자금부와 함께 협업하고 있다. 올들어 4번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유로화 커버드본드(이중상환 청구권부채권)을 ESG채권 형태로 발행했다. 5억유로를 조달해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올들어 7500억원을 ESG채권으로 모았다. 지난달에는 농협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5억달러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3월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지속가능채권 형태로 발행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환경문제, 사회문제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의 지속가능채권 발행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약 8000억원을 ESG채권으로 조달하는 등 매년 1조~2조원어치를 꾸준히 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