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탓에 홍콩 내 미국 기업 10곳 중 4곳 철수 고려

입력 2020-08-14 09:56
수정 2020-08-14 10:02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 10곳 중 4곳이 홍콩을 떠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상공회의소(암참) 홍콩지부가 지난 7~11일 홍콩에 있는 미국 기업 15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39%가 홍콩에서 자본이나 자산을 이전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암참이 지난달 진행했던 같은 조사 때의 35.5%보다 증가한 것이다. 61%는 홍콩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암참은 국가 전복과 국가 분열, 테러활동, 외국세력과의 결탁 등의 행위를 처벌하는 홍콩보안법으로 인해 철수를 고려하는 기업의 증가세가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조사 기업의 35%는 미 의회의 '홍콩 자치법'과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때문에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비상 계획을 세우고 있느냐는 질문엔 77%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유(복수 응답)로는 46%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들었고 홍콩보안법 시행이 37%로 뒤를 이었다. 이어 미·중 무역갈등이 31%, 홍콩의 반(反)정부 시위가 28% 순으로 조사됐다.

또 조사 대상 기업의 44%는 중국 정부가 6월30일 시행한 홍콩보안법에 대해 한 달 전보다 더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75%는 향후 홍콩 사업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5%는 홍콩에서 미국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기업들은 "홍콩보안법의 적용 범위와 집행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적 차원에서 응답자의 53%는 홍콩을 탈출한 생각이 있다고 답해 떠나지 않겠다(46%)는 계획보다 많았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기업은 암참의 13%에 해당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의 기업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