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씨젠이 올 2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16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에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 CJ ENM, 펄어비스 등을 제치고 가장 돈을 많이 번 회사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진단키트 수출이 급증하면서다.
씨젠은 올 2분기 매출이 2748억원, 영업이익은 1689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지난해 2분기 매출이 292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같은 기간 매출이 아홉 배 급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46억원) 대비 30배 이상 늘었다. 씨젠이 기록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씨젠의 매출과 영업이익 시장 추정치는 각각 2566억원, 1562억원이었다.
씨젠이 올 상반기 올린 영업이익은 2087억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올린 영업이익(224억원)과 비교하면 열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씨젠의 코로나19 진단키트인 올플렉스는 국내에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초창기인 2월 12일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다. 코젠바이오텍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승인이다. 시장을 빠르게 선점할 수 있었던 이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사용 승인을 받아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씨젠이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시약 개발 시스템 덕분이다. 진단 시장이 팽창할 것을 예상하고 제품 개발에 ‘올인’했던 천종윤 대표의 집중과 선택도 주효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생산 물량을 늘리면서 코로나19 진단키트 ‘올플렉스’는 7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주요 시장인 미국,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씨젠의 진단키트를 활용하고 있다.
씨젠의 진단키트는 유전체를 증폭시켜 코로나19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RT-PCR 키트다. E 유전자, RdRp 유전자, N 유전자 등 3개의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다. 정확도가 높고 하나의 튜브로 대량 검사를 할 수 있다. 감염 이후 3~7일이 지나야 항체가 형성돼 감염 초기엔 진단하기 어려운 항체 진단키트보다 초기 대응에 유리하다. 대부분의 국가가 코로나19 확진자를 가리는 데 이 방식을 쓴다.
씨젠은 진단키트와 장비를 생산해 판매하는 것은 물론 검사기관도 운영하고 있다. 진단 관련 장비를 올 2분기 300대 이상 판매했다. 올 상반기에만 총 500대 이상의 장비를 팔아 전년보다 두 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하반기 매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올겨울에 북반구를 중심으로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 유행할 가능성 때문이다. 코로나19와 독감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진단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씨젠은 하반기 독감과 코로나19를 함께 판별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