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인자인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사진)이 물러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이날 오후 4시 이사회를 열고 황 부회장 퇴진 등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 부회장은 사원으로 입사해 지주사 부회장까지 오른 '40년 롯데맨'이자 샐러리맨의 신화로 통한다. 롯데그룹이 수많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재계 5위 대기업집단으로 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재계에서는 황 부회장의 퇴진에 대해 롯데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실적 부진을 맞게 된 문책성 인사의 성격으로 풀이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과 1990년 인연…'辛의 오른팔'
황 부회장은 '신동빈의 오른팔', '신동빈의 남자'로 불리며 '글로벌 롯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황 부회장은 1979년 사원으로 입사한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1990년 상무로 부임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신 회장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2015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당시에도 신동빈 회장의 심복으로 고(故) 이인원 부회장과 함께 신동빈 회장의 그룹 장악을 도왔다.
특히 롯데그룹의 굵직한 M&A 현장에는 황 부회장이 있었다. 1995년 롯데그룹에 전에 없던 ‘국제부장’ 직함을 받은 후 해외 진출, 인수합병(M&A) 등에 매진한 결과다. 2010년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기업 타이탄, 2012년 하이마트, 2015년 KT렌탈, 2015년 더뉴욕팰리스호텔, 2016년 삼성SDI 케미칼사업 부문 및 삼성정밀화학 등 롯데그룹의 '결정적인 순간'에는 황 부회장이 힘을 썼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황 부회장은 영어, 일어 등 외국어에도 능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 회장을 맡은 후 '뉴롯데' 기틀을 다지는 시기에도 황 부회장은 함께 했다. 2017년 롯데그룹이 정책본부를 없애고 새 콘트롤타워인 경영혁신실을 새로 만들면서 경영혁신실장을 맡았다. 이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도 도맡았다. 그해 10월 롯데지주 출범과 동시에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선임, 부회장으로 승진해 롯데그룹의 2인자 자리를 지켰다. ■황각규 부회장 약력△1954년 경남 마산 출생 △1977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입사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국제부장 △2003년 롯데그룹 경영관리본부 국제팀장(상무) △2006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국제실장(전무) △2011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국제실장(사장) △201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2017년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 △2018년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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