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은행, 미국 제재 따라 홍콩 관료들과 거래 중단 착수

입력 2020-08-13 15:26
수정 2020-11-07 00:02
홍콩에서 영업 중인 중국의 거대 국영은행들이 미국의 제재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등 주요 관료들과의 거래 중단에 착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달러 자금과 해외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행, 중국건설은행, 초상은행 등을 포함한 중국 정부 소유 은행들 중 상당수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11명의 관료와 새로 거래를 트지 않기로 했다. 씨티그룹과 같은 미국 은행은 이미 거래 중단 절차에 착수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홍콩 전·현직 고위 관료와 중국 본토 관료 등 홍콩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을 이행한 11명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홍콩의 행정수반인 람 장관을 비롯해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과 전임자인 스티븐 로, 테레사 청 법무장관, 존 리 보안장관과 중국 국무원의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샤 바오룽 주임, 장 샤오밍 부주임, 뤄 후이닝 홍콩연락사무소장 등이 포함됐다.

미 재무부의 제재는 지난 7월 의회를 통과한 '홍콩자치법'에 근거한 조치다. 홍콩자치법은 홍콩 국가보안법에 관여하는 중국·홍콩 관료들과 거래하는 은행들에 벌금을 물리거나 사업 허가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홍콩 자치권 침해를 돕는 단체 및 그들과 거래하는 금융기관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재제 대상 인물들과 거래하는 은행들은 관련 정보를 미국 정보에 제출해야 한다.

미 재무부는 이번 제재의 범위를 우선 대상자의 미국 내 재산 동결과, 미국인과의 또는 미국 내에서의 모든 거래 금지로 한정했다. 하지만 홍콩자치법에 따라 제재의 폭이 확대될 수 있다.

홍콩 금융관리국은 지난 9일 미국의 제재가 홍콩 내에선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중국 국영은행들이 제재 대상자들과의 거래에 신중하게 접근하게 된 상황은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이 국제 경제에서 달러가 갖는 영향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부터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유지해야 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중국 4대 국영은행의 달러 표시 자산은 1조1000억달러(약 1302조원)에 달한다.

홍콩 정부의 영향력을 크게 받는 홍콩 현지 은행들은 더욱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제재 대상이 된 관료들과의 거래가 많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는 "대상자들과 거래하는 홍콩 은행 가운데 미국에서도 영업하거나 달러 관련 사업을 하는 은행들은 미국이 부과하는 의무를 준수해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