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틀을 갖춘 1948년 8월 15일을 기점으로 하면, 올해가 광복 72주년이다. 해방정국의 그 혼란스러움을 딛고 이 정도의 나라를 만들어낸 선대들의 노고를 생각할 때면 고마움 그 이상의 감정을 자주 느낀다. 길어진 장마 때문에 늦은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인보길이 쓴 《이승만 현대사, 위대한 3년 1952~1954》다.
이 책은 1952~1954년 3년에 걸쳐 이승만이 강행한 세 가지 사건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다. 기존의 연구와 주장은 권력욕에 어두운 노정치인의 행위로 간주하고 있지만, 저자는 창조적 지도자의 혁명적 역사 창조행위로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미완의 국가 독립 체제를 완성시킨 ‘제2의 독립투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역사관은 인생관 못지않게 중요하다. 과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는가는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 것인가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과 갈등의 상당 부분도 역사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의 차이에 연유하는 바가 크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지구상의 그 어떤 지도자보다도 이승만 초대 대통령만큼 방대한 기록을 남긴 인물이 없다는 사실이다. “기록된 활동만이 역사가 된다”는 명언을 일찍 실행에 옮긴 인물이란 점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 문리대 학생으로 직접 4·19 시위에 참여했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총탄에 잃은 아픈 경험이 있다. 저자도 이 대통령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편견을 깨게 된 계기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1995년 조선일보가 개최한 광복(해방) 50주년 기념 ‘이승만 나라세우기’ 전시회를 계기로 이승만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저자는 기존의 역사학자들이 외면한 이승만 탐구를 노년에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에 대한 이해가 오늘의 혼란을 극복하고 훌륭한 나라 건설에 결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문장들과 함께 책이 시작된다. “위대한 생애 이승만(1875~1965)의 90 평생은 그 삶 전체가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거대한 보물산이다. 이 보물산을 올라가 보지도 않고 탐사하지도 않고 멀리서 독재자의 산이라고 손가락질만 해온 역사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장기간 쌓아 올라왔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서문에서 더욱 또렷하게 표현돼 있다. “그 독립정신, 건국 역사를 모르기 때문에 우리 생명줄을 파괴하고 미래를 봉쇄하는 자유의 적들이 누구인지 그 실체를 모르게 됐으며, 알았어도 적을 무찔러야 할 역사적 사명감과 투지의 에너지를 거의 상실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1952~1954년에 있었던 ‘부산 정치파동’을 ‘대통령 직선제’로 읽어야 하고, ‘사사오입 파동’을 ‘자유시장경제 도입 개헌’으로 읽기 시작할 때 그의 공적이 또렷해진다. 한여름날에 대한민국 초기 역사에 흠뻑 빠져보라. 선대에 대한 고마움과 다시 전진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공병호 < TV·공병호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