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없는 일상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택배업체는 가장 바쁜 일터 중 한 곳이 되어버렸다. 쉴 틈없이 일하는 택배 배송 기사들에게 28년 만에 평일 휴가가 주어졌다. 택배업계가 14일을 '택배없는 날'을 지정해 배송 기사들에게 휴무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대형 택배사, 우체국 택배 휴무…4만명 쉰다13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회원사로 가입된 한국통합물류산업협회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금요일인 14일을 '택배인 리프레시 데이'로 지정해 휴무하기로 했다. 택배없는 날은 택배산업 출범 28년 만에 지정된 것이다.
강제사항은 아닌 만큼 회사별 사정에 따라 쉬지 않는 곳도 있다. 호응한 택배사는 CJ대한통운·한진·롯데·로젠 등 4개 택배사들로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80% 정도다.
참여업체의 택배기사는 쉬는 것은 물론, 택배 분류나 집하, 택배 터미널 간 수송 차량 운영, 지역별 상하차 인력을 공급하는 도급 업무 등도 모두 중단된다. 여기에 우정사업본부도 동참하면서 5곳에 소속된 택배 노동자 중 95%인 4만 명이 공식 휴무한다.
반면 택배회사망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 배송망을 갖춘 쿠팡의 로켓배송과 SSG닷컴의 쓱배송,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등은 평소처럼 진행된다. 위탁운영제(지입제) 기반의 택배 기사들과 달리 해당 업체들은 직고용 기반으로 배송을 운영하고 있어 동참하지 않는다.
17일부터 순차 배송…물량 집중 늦을 수도주문한 택배 상품은 언제쯤 받아볼 수 있을까. 소비자들이 목요일인 이날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주 월요일부터 순차 배송된다. 실제 인터넷 쇼핑몰 등에 접속해 주문해보면 대부분 17일이나 18일부터 배송이 가능하다는 정보가 뜬다. 그러나 14일 배송되지 못한 물량까지 고려하면 물량이 집중돼 평소보다 배송이 다소 늦어질 수도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이날 오전 일찍 주문할 경우 당일 배송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급한 용무가 있는 긴급한 상품은 배송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보는 게 좋다. 다만 우체국 소포배달은 대체휴일인 17일까지 배송을 휴무한다. 또 배송 지연을 우려해 14일까지 냉장·냉동 등 신선식품 배송은 접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선 택배물량 적체로 인한 후폭풍 우려도 나온다. 배송 업무에 지친 택배기사에 '휴가'를 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쉬는 동안 배달해야할 물건이 쌓이게 되는 만큼 휴일 이후 업무량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대부분의 택배업체는 과도한 물량 적체를 피하기 위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7일에는 정상근무를 할 예정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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