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주택을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건 전세계의 일반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보유세 부담은 2015년 이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1주택자 재산세 폐지라는 파격적인 감세 정책을 시행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세제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한국의 취득세 등 거래세가 세계 최고 수준이란 사실은 언급하지 않기도 했다.
부정확한 정보와 '보고 싶은 통계'만 갖고 대책을 만드니 정책의 부작용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OECD 조세 통계에 따르면 2018년 OECD 34개 회원국의 보유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6%였다. 2015년 1.10%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내려가고 있다. 2015~2018년 34개국 가운데 23개국(68%)이 감소했다.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세금 제도 변화가 없어도 자산 가격이 내려가면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뛰는 건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보유세 부담이 줄었다는 건 각국 정부가 보유세 부담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실제 이탈리아나 프랑스 같은 나라는 파격적인 감세 정책을 펴고 있다. 이탈리아는 2016년 주거주지에 대한 재산세를 폐지했다. 실거주하고 있는 주택엔 세금을 안 물리기로 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이탈리아의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은 2015년 1.55%에서 2018년 1.25%로 떨어졌다. 프랑스 역시 2018년 1주택자의 거주세를 폐지하기로 하고 매년 면세자를 늘리고 있다. 2018년엔 전체 30%를 감면했고, 이 비중을 작년 65%, 올해 80%로 늘렸다.
한국의 보유세 비중은 OECD보다 낮지만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0.80%에서 2018년 0.88%로 커졌다. 이 기간 증가폭은 아이슬란드에 이은 2위다. 지난해부터 종합부동산세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등 보유세 강화 정책이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OECD 평균에 거의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10일 언급한 "한국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 평균의 절반"이라는 통계도 정확한 건 아니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민간부동산총액 대비 보유세 비중을 뜻한다. 그런데 OECD 회원국 중 민간부동산총액 통계가 확보된 나라는 14개국에 그친다. OECD 평균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보유세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거래세 부담은 세계 최고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부동산 거래세는 GDP 대비 1.5%로, 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OECD 평균(0.4%)보다는 약 4배 높다. 이 때문에 보유세를 강화한다면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은 낮춰야 한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보유세뿐 아니라 취득세와 양도세도 동시다발적으로 강화했다. 집을 팔라고 하면서 거래를 어렵게 만들어 시장 혼란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보유세 강화 통계만 인용하고 거래세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보고 싶은 통계만 취사선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이라고 한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6월 0.13%에서 지난달 1.12%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주간 통계로는 최근 2~3주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다소 내렸지만 변화의 폭이 크진 않다. 또 세종과 비규제지역은 부동산 시장이 이상 과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임대 시장에선 전세 매물이 잠기고 전세가가 급등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를 두고 "대통령의 상황 인삭과 판단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비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