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는 분야별로 오랫동안 시장 1등을 놓치지 않은 장수 브랜드 제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여름 대표 장수 브랜드로는 콘 아이스크림 월드콘이 꼽힌다. 1986년 출시해 올해로 35년을 맞았다. 월드콘의 누적 매출은 1조5350억원에 달한다. 판매 수량은 30억 개 이상이다. 일렬로 늘어놓으면 68만㎞로 지구 17바퀴를 돌 수 있는 거리다.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월드콘의 맨 아랫부분 플라스틱 고깔에 남은 초코 부분을 빼먹기 위해 애쓰던 추억이 있다. 빙과시장 최정상 월드콘
빙과 제품은 바, 콘, 컵, 튜브 등으로 구분된다. 연 1조3000억원 규모의 빙과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이고, 콘이 그다음이다. 바 아이스크림이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대중적인 제품이라면 콘은 프리미엄 제품이다. 아이스크림의 달고 시원한 맛과 콘이 주는 바삭한 식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전 세대의 사랑받았다. 국내 빙과업체들이 매년 여름 콘 신제품 출시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콘 아이스크림 시장 1등은 월드콘이다. 지난해 7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중 20종의 콘 제품 중 가장 높은 실적이다. 지난 20여 년간 콘 시장에서 월드콘의 아성을 넘은 브랜드는 없었다.
월드콘은 1988년 콘 시장 1위에 올랐다. 출시 2년 만이었다. 이후 월드콘의 질주는 계속됐다. 1996년부터는 국내 빙과시장 전체를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월드콘이 국내 대표 아이스크림이 된 비결은 맛, 크기, 디자인 측면에서 철저히 차별화 전략을 썼기 때문이다. 1986년 시판 때부터 경쟁 제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기가 컸다. 맛은 더 고소하고 촉감은 더 부드럽게 만들었다. 패키지도 적색과 청색을 대비시켜 눈길을 끌도록 디자인했다. 별 문양, 강렬한 로고체 등도 당시에는 파격이었다.
월드콘은 아이스크림에 땅콩 등을 뿌리고, 그 위에 다시 초콜릿으로 장식한다. 비싼 원재료를 아낌없이 써서 모방할 수 없는 맛을 냈다. 아이스크림을 감싼 콘 과자가 아이스크림으로 인해 눅눅해지지 않고 계속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유지하도록 과자 안쪽을 초콜릿으로 코팅했다. 아이스크림 위 토핑도 시각적으로 맛있게 보이도록 연출했다. 1020세대 겨냥 마케팅월드콘은 제품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출시 후 13차례에 걸쳐 제품 디자인을 바꿨다. 붉은 색상, 옆으로 넓게 퍼진 로고, 별 문양 등을 기본으로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색상과 로고, 문양 등에 있어 정통성을 유지하면서도 매번 새롭게 느껴지도록 디자인을 변경했다.
롯데제과는 매년 소비자의 입맛을 조사해 선호도에 맞춘 새로운 월드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올해는 애플크럼블 월드콘을 선보였다. 상큼한 사과맛 아이스크림에 크럼블 쿠키칩을 토핑해 바삭한 식감을 낸다.
올해는 광고 모델로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를 발탁했다. 월드콘 모델로 스포츠 스타가 자주 등장했지만 프로게이머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이커는 온라인 1위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의 LoL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8차례, LoL 월드챔피언십 3회,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1회 우승해 ‘e스포츠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젊은 층의 관심을 얻기 위해 페이커를 모델로 선정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롯데제과는 10~20대에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페이커를 광고 모델로 내세워 월드콘의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미래 소비층이 될 10~20대 가운데 월드콘을 맛본 소비자가 많지 않다고 판단해 페이커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며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오면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제과는 8월 중순 이후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월드콘 판매량이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